팀 공격 점유율 40.92%…"이렇게 많이 때린 건 처음"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빅토리아가 스트레스가 많을 거예요. 이런 경기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여자배구 IBK기업은행 김호철(69) 감독은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서 세트 점수 3-1로 승리한 뒤 주포 빅토리아 댄착(24) 이야기가 나오자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V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팀 주포로 수많은 공을 해결해야 한다.
그만큼 구단에서 특별하게 관리하고 대우해주지만, 매 경기 자신의 스파이크 한 방에 팀 희비가 엇갈리는 건 체력과 정신력 모두 소모가 크다.
한국에 오기 전에 우크라이나 자국 리그의 SC 프로메테이에서만 뛰었던 빅토리아는 이번 시즌 V리그를 지배하는 여자 선수 가운데 하나다.
득점 1위(389점), 서브 1위(세트당 0.491), 공격 종합 6위(성공률 41.01%), 오픈 공격 6위(성공률 37.67%), 시간 차 3위(성공률 65%), 후위 공격 5위(성공률 38.83%) 등 공격 부문 순위에서 상위권을 점령했다.
18일 GS칼텍스전에는 2세트 도중 다리에 쥐가 났는데도 끝까지 코트를 지켜 26득점으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최근 4연패에 빠졌던 IBK기업은행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킨 빅토리아의 활약 덕분에 연패를 끊고 다시 3위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빅토리아는 단순히 득점만 많은 게 아니다. 팀 내 공격 점유율도 40.92%로 절반 가까이 책임지고 있다.
빅토리아는 '한국에 오기 전에 이렇게 공을 많이 때린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라고 잘라 말한 뒤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지만, 감독님과 코치, 동료뿐 아니라 트레이너까지 도와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많이 공격하는 게 처음이라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배운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IBK기업은행 동료들은 빅토리아에게 꾸준히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시한다.
빗나간 토스에도 믿음직스럽게 점수를 내면 빅토리아에게 몰려와 함께 기뻐한다.
때로는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빅토리아는 덤덤하게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받아들인다.
오히려 "나도 하이볼을 올릴 때 정확하게 안 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동료들을) 탓하지 않고 공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묵묵히 코트에서 점프하고 스파이크를 날리는 빅토리아는 코트를 벗어나면 평범한 24세 청년으로 돌아간다.
고국 우크라이나에서 온 팬과 만나 국기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경기가 없는 날이면 쇼핑과 네일 아트를 즐긴다.
빅토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산책이다.
그는 "시간 여유가 있으면 한없이 걷는 걸 좋아한다. 걸을 때는 생각을 비우려고 하고 나만의 산책로를 만드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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