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스프링캠프 일정이 기존보다 일주일 앞당겨져 1월 25일 전후로 10개 구단이 모두 해외로 나갈 예정이다.
일정은 훈련 위주의 1차 캠프와 실전 위주의 2차 캠프로 나뉜다.
선수단 규모는 보통 40명 내외.
이 중 투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적지 않은 숫자인데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현장에선 "투수가 부족하다"라는 푸념이 곳곳에서 들린다.정확히 말하면 1군에서 던질 투수가 부족하다.
2019년 1군에서 단 한 경기라도 등판한 투수가 KBO리그 10개 구단 통틀어 257명(구단당 25.7명)이었다.
그런데 지난 시즌엔 293명(구단당 29.3명)까지 늘었다.
1군에서 던질 투수가 부족한데 오히려 1군에서 뛴 투수의 숫자가 증가한 것이다.
말 그대로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투수 전력이 떨어지니 리그의 타고투저 흐름도 두드러진다.
2023년 4.14이던 리그 평균자책점이 지난해 4.91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리그 홈런은 924개에서 1438개로 폭증했다.타고투저 현상엔 투수의 부상도 한몫한다.
실제 2023년 KBO리그 부상자명단에 오른 투수 횟수는 총 63건으로 전체 151건의 41.7%였다.
이 중에서 팔꿈치 부상은 총 17건.
지난 시즌에는 투수 부상자명단 등재 횟수가 총 87건, 전체 186건의 46.8%로 전년 대비 5.1%포인트(p) 상승했다.
팔꿈치 부상도 22건으로 증가했다.
투수의 부상, 특히 팔꿈치 부상이 늘고 있다는 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버두치 효과(Verducci Effect)'로 보이는 사례도 자주 나오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칼럼니스트인 톰 버두치가 제시한 '버두치 효과'는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 대비 최소 30이닝을 더 던지면 부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골자다.
정규시즌 1군 기록과 퓨처스(2군)리그 기록을 종합하면 버두치 효과에 해당하는 2023년 소형준(KT 위즈)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2024년 김윤식(LG 트윈스) 이의리(KIA 타이거즈) 등이 팔꿈치에 칼을 댔다.
부상과 수술은 투수난을 가중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2000년생으로 2019년 프로 데뷔 이후 6년 연속 100이닝을 소화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나 KBO리그 사상 첫 10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책임진 양현종(KIA)의 가치가 더욱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올 시즌 KBO리그는 또 하나의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시즌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한 데 이어 이번엔 피치 클록까지 적용한다.
구단으로선 어느 해보다 1군에서 던질 수 있는 투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투수는 큰 보탬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겨우내 자유계약선수(FA)와 방출 선수 시장에서 투수 3명(장현식·김강률·심창민)을 집중적으로 영입한 LG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피치 클록 적용에 따른 부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에 투수난을 가중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어찌 됐든 '투수가 중요하다'라는 명제는 올 시즌에도 유효하다.전 SSG 랜더스 단장정리=배중현 기자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