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지난 8~11일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AG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땄다.
이번 대회 목표로 잡았던 금메달 2개를 넘어섰다.
베테랑은 건재했고, 현재와 미래가 모두 빛났다.
‘맏형’ 이승훈(37·알펜시아)은 후배들과 함께 새 역사를 썼다.
3명의 선수가 400m 트랙을 8바퀴 도는 팀 추월에서 한국 대표로 나서 2위를 기록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김동성(금3·은3·동2)을 넘어 한국 역대 동계 AG 최다 메달리스트(금7·은2)가 됐다.이승훈은 2000년대에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하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지난 2009년 하얼빈에서 열린 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에선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이후 선발전에서 탈락한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고,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다시 하얼빈을 찾아 또 메달을 목에 걸었다.‘신(新) 빙상 여제’로 꼽힌 김민선(26·의정부시청)은 금빛 질주에 성공했다.
여자부 단거리 간판인 그는 지난 2시즌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여자 500m 1위·2위를 차지한 실력자다.
하지만 국제 종합 무대에선 입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AG를 위해 사비를 들여 해외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절치부심했다.
대회 전엔 “전 종목 입상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김민선은 이번 AG 여자 팀 스프린트에서 후배들과 금메달을 합작했다.
자신의 주 종목인 500m에서도 가장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생소한 종목인 100m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미래’로 꼽히는 이나현(20·한국체대)은 스타 탄생을 알렸다.
그는 여자 100m에서 선배 김민선보다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500m(은메달)와 1000m(동메달)에서도 시상대에 올랐다.
팀 스프린트 금메달까지 더해 출전한 4개 종목에서 모두 입상했다.
시니어 3년 차인 이나현은 국제 종합 대회 데뷔전에서 메달을 싹쓸이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이다.
한국 빙속은 지난 2022 베이징 올림픽 당시엔 금메달 0개(은2·동2)에 그친 바 있다.
여자 선수는 단 한 명도 입상하지 못했다.
이번 하얼빈 AG에서 호성적이 반가운 이유다.
특히 이나현은 “이제는 올림픽 포디움을 목표로 잡겠다”며 각오를 전했다.올림픽에서도 금빛 질주를 이어가기 위해선 새 얼굴 탄생도 시급하다.
특히 남녀 중·장거리 선수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8년 전 삿포로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로 쇼트트랙(금5·은5·동3)을 넘어선 바 있다.
당시 이승훈이 4관왕에 성공했고, 김보름(강원도청) 김민석(헝가리) 등 남녀 중장거리 선수들이 활약했다.하지만 이번 대회 장거리 선수 중 개인전에서 호성적을 낸 건 남자 5000m에서 4위를 기록한 이승훈뿐이다.
또 남자의 경우 단거리 종목에서도 차민규(동두천시청)를 제외하면 메달을 기대할 선수를 찾기 어렵다.
이승훈은 “많은 유망주가 훈련량이 많고 힘든 중장거리를 꺼린다.
나를 넘어설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참 아쉽다”라고 했다.무엇보다 선수 확보를 위한 훈련 환경 개선이 시급 과제로 꼽힌다.
국내에서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이 가능한 경기장은 서울 태릉 빙상장과 강릉 스케이트 오벌이다.
하지만 강릉 경기장은 사업성 문제로 얼음을 걷어낸 상태다.
태릉 경기장은 노후화 문제로 여러 차례 지적받은 바 있다.
한국은 하얼빈에서의 활약을 이어가고, 동시에 새 스타 발굴에 힘써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김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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