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정몽규(63) HDC그룹 회장이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한축구협회 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정 회장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축구협회 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총 유효투표(182표)의 절반을 훌쩍 넘긴 156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당선됐다. 득표율 85.7%의 압도적인 결과였다.
회장 직울 두고 경쟁했던 허정무(71)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신문선(66)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는 각각 15표, 11표를 얻는데 그쳤다. 무효표는 1표다.
2013년 1월 처음으로 축구협회 회장에 당선된 정 회장은 이로써 예산 규모 2000억원대의 거대 종목단체인 축구협회를 2029년까지 4년 더 이끌게 됐다. 임기를 다 채운다면 역대 최장 16년간 축구협회를 이끈 회장으로 정몽준(1993~2009년)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4연임에 이르는 과정은 험난했다.
2023년 3월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은 부임 초기부터 자질 논란에 시달렸다. 결국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이 졸전 끝에 4강에서 탈락하면서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고 이후 협회는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 정 회장의 독단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로 인해 차기 감독 선임 과정도 삐그덕거렸다.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이 6개월이나 지연되면서 그 사이 황선홍 당시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과 김도훈 감독이 임시로 대표팀 사령탑을 이끌었다. U-23 대표팀은 황 감독이 대표팀 감독까지 떠맡는 사이 2024 파리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하는 좌절을 겪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홍명보 감독이 약 10년 만에 지휘봉을 잡았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홍 감독 선임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면서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와 국회까지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홍 감독 선임 과정은 물론 사실상 축구협회 행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감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정 회장의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정 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축구협회에 요구했다. 사실상 정 회장의 4연임 도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 문제는 이번 협회 회장 선거 과정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당초 협회는 지난 1월8일에 회장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허 전 감독은 선거인단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이를 선거 하루 전 법원이 인용하면서 선거는 기약 없이 연기됐다.
선거일이 2월26일 다시 정해진 뒤, 허 전 감독과 신 교수는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은 축구협회 임원이 될 수 없다는 정관 규정을 근거로 '중징계 대상자'인 정 회장은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축구협회는 문체부가 제시한 징계 시한인 2월 3일을 열흘여 앞둔 지난달 21일 정 후보 등 임직원에 대한 문체부의 징계 요구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해당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냈으며, 이를 법원이 지난 11일 인용하면서 정 회장은 법적 흠결 없이 후보로 나설 수 있게 됐고, 결국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4년 더 한국 축구 행정을 이끌게 됐다.
올해에만 예산 940억여원이 투입되는 천안축구종합센터, 프로리그인 K리그1, K리그2(2부)와 세미프로 K3ㆍK4리그, 아마추어 K5ㆍK6ㆍK7리그 간 장벽을 허무는 디비전 시스템 구축 등 '초대형 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축구인들은 변화보다 이들 사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정 회장을 '재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무 부처인 문체부와 갈등을 해소해야 등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에 대한 본안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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