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28·우리카드)은 그동안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2024~25 V리그 정규리그가 끝을 향하고 있는 시점.
남자부 6라운드에서 가장 뜨거운 미들 블로커는 바로 박준혁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리그 1위 현대캐피탈전에서 8블로킹을 기록, 개인 한 경기 최다 블로킹을 해냈다.
박준혁은 5세트 9-11, 12-13 박빙 상황에서 블로킹을 해내며 우리카드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그는 현대캐피탈 에이스이자 역대 V리그 최고 공격수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의 공격만 5번 가로막았다.
박준혁은 지난 9일 대한항공전에서는 공격으로 5득점, 블로킹 2개, 서브에이스 2개를 해내며 전천후로 활약했다.
원래 팀 포지션 경쟁자 이상현·박진우보다 출전 시간이 적었지만, 5라운드 이후 주전으로 뛰고 있다.
박준혁은 여자농구 아이콘이자 현재 튀르키예 리그 칼라타사라이 SK에서 뛰고 있는 박지수의 오빠다.
남매의 아버지는 남자농구 센터였던 박상관, 어머니는 여자배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이수경.
남매는 자연스럽게 운동선수의 길을 걸었다.
원래 함께 농구를 했지만, 박준혁이 송림고 2학년 때 배구로 전향해 조금 다른 길을 걸게 됐다.
해외 무대까지 진출한 동생으로 인해 박준혁은 프로 데뷔 뒤에도 '박지수의 오빠'로 더 알려졌다.
박준혁이 한 단계 더 도약하지 못한 탓도 있다.
그는 현대캐피탈 시절이었던 2017~18시즌 34경기에 출전해 백업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이듬해는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다.
우리카드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22~2023시즌 역시 득점 커리어 하이(74점)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 시즌(2023~24)은 다시 출전 시간이 크게 줄었다.
박준혁은 동생이 뿜는 빛에 가린 걸 의식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시간 날 때마다 서로의 경기를 보고 응원 메시지도 보낸다"라며 웃었다.
터키 리그에서 뛰고 있는 동생이 식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박준혁은 농구 선수인 동생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어느덧 10년째 배구 코트를 누비고 있는 그는 "점수를 내는 과정, 팀원 사이 호흡을 두루 고려할 때 배구가 더 매력적인 것 같다.
배구를 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박준혁은 현대캐피탈 시절 V리그 역대 최고의 미들 블로커인 신영석과 함께 뛰며 많은 걸 배웠다.
현 소속팀 우리카드에선 박진우를 멘토로 삼고 있다.
후배 서원진의 호쾌한 공격 능력에 감탄하며 자극제로 삼기도 했다.
우리카드는 이상현이라는 주전이 있다.
현실적으로 박준혁은 다른 한자리를 노려야 한다.
올 시즌 막바지 그는 의미 있는 경험을 쌓고 있다.
더불어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과 주 종목이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
박준혁은 "동생이 잘 하면 뿌듯하다.
나도 이제는 박지수의 오빠가 아닌 우리카드 미들 블로커로 먼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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