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전과는 다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주홍은 지난 1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 7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1-1 동점이었던 2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 롯데 에이스 박세웅을 상대했고, 풀카운트 승부에서 148㎞/h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박주홍은 2020 1차 지명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꾸준히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진출하는 선수를 배출하고 있는 키움이 선택한 특급 유망주였다.
하지만 박주홍은 데뷔 5년 동안 1군에 안착하지 못했다.
3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한 번도 없었다.
더불어 홈런도 없었다.
이날 박세웅을 상대로 쏘아 올린 홈런은 그의 1군 공식전 첫 홈런이었다.
경기 뒤 만난 박주홍은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많은 의미가 섞인 말이었다.
그는 타구가 담장을 넘길 것이라고 확실했지만, 타구가 휘어져 폴 밖으로 향할까 우려했다는 솔직한 심경도 전했다.
1군 첫 홈런이었기에 더 기분이 좋았다고.
달라진 게 있다.
박주홍은 원래 레그킥(leg kick)을 하며 타격을 했지만, 1군 투수들의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이동발(좌타자의 오른발)을 지면에 찍어 타이밍을 맞춘 뒤 배트를 돌리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박주홍은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타격 자세를 참고했다"라고 전했다.
시범경기 한 타석, 한 타석이 박주홍에겐 소중한 기회다.
예전에는 결과에 연연했지만, 이제는 '후회를 남기지 말자'라고 되뇌고 있다.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스윙하는 걸 현실적인 목표로 두기도 했다.
박주홍은 "시범경기 성적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준비한 것을 믿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키움은 지난 2시즌(2023~2024) 연속 최하위(10위)에 그쳤다.
올 시즌도 1약으로 꼽힌다.
박주홍은 자신의 성장이 키움이 보여줄 반전 드라마의 소스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일단 우리 팀이 시범경기에서 잘 하고 있다.
나처럼 (상대) 예상에 없었던 선수가 튀어나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키움 외야진엔 자리가 없다.
외국인 타자 루벤 카디네스와 야시엘 푸이그 그리고 이정후의 후계자로 기대받는 이주형이 주전 라인업을 구축할 전망이다.
이형종, 이용규 등 베테랑들이 백업 외야수 또는 지명타자를 노리고 있다.
키움은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팀이다.
지난 5년 각성하지 못한 박주홍이 2025시즌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척=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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