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양주공장은 하루 최대 원유 1700t가량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목장에서 하루 생산되는 양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지난 23일 찾은 서울우유 양주공장은 마치 우유를 혈액 삼아 작동하는 하나의 심장처럼 보였다. 도락산 자락에 한적하게 자리 잡은 양주공장 내부는 우윳빛 하얀 옷을 맞춰 입은 두 종의 화물차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전국 각지의 목장에서 원유를 싣고 온 원통형의 탱크로리 화물차는 정문을 거쳐 일제히 공장 왼편의 집유 시설로 향했고, 박스형 냉장탑차는 공장 우측에서 완제품을 옮겨 싣고 각자의 배송지로 줄을 지어 빠져나갔다.
서울우유 양주공장, 대한민국 유가공품 순환계의 중심서울우유의 양주공장은 국내 낙농 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유가공품 순환계의 핵심 역할을 하는 생산시설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공사기간 7년에 걸쳐 총 사업금액 3000억원을 투자해 2022년 9월 부지면적 25만5498㎡(약 7만7000평) 규모로 양주공장을 준공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가공품 생산시설이다. 현재 양주공장에선 주력 제품인 'A2+ 우유', '나100% 우유' 등 우유 제품을 비롯해 분유, 연유, 버터, 발효유 등 60여 가지 유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국내 우유업계는 저출산으로 인한 소비 감소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우유 관세 철폐로 수입 우유와도 경쟁하는 이중고와 마주했다. 하지만 서울우유는 양주공장을 필두로 최신식 생산설비를 도입하고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추진하며 지난해에는 1937년 조합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우유의 생산 공정은 크게 '검사→저유→청정→균질→살균→냉각→충전' 7단계로 이뤄진다. 첫 단계에 앞서 진행하는 게 수유(受乳), 즉 목장에서 착유한 탱크로리의 원유를 냉각탱크로 옮기는 일이다. 수유를 통해 공장으로 들여온 원유는 이상 유무와 항생물질의 잔류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10여 가지의 검사를 거쳐 저유탱크로 옮겨진다. 저유탱크는 원유 속 미생물 증식을 막기 위해 4도(℃) 이하로 냉각하면서 품질을 유지하고, 지속적 교반으로 크림의 부유를 방지해 원유를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한다. 이지은 서울우유 공장지원팀 차장은 "양주공장에는 150t 규모의 저유탱크 8개를 운영해 총 1200t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며 "매일 800t의 원유를 매수해 이곳에 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유 생산 가장 중요한 공정 '균질'저유 과정을 거친 원유는 본격적으로 제품화 과정에 돌입한다. 우선 원유에 있을 수 있는 이물질을 원심분리기 이용해 제거해주는 '청정' 공정을 거친다. 이후 원유 내 작은 유지방에 물리적인 힘을 가해 유지방을 균등하고 미세하게 만드는 '균질' 과정이 이어진다. 이 차장은 "균질(Homogenizing)은 가장 중요한 공정"이라고 강조하며 "이 과정을 통해 유지방을 잘게 부숴주면 우유가 부드러워져 소화 흡수를 도와주고, 장시간 보관했을 때 크림층이 분리되는 현상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균질 공정을 거친 원유는 열처리를 통해 미생물 '살균' 과정을 진행한다. 서울우유는 'UHT(Ultra High Temperature Sterilization)'라고 불리는 초고온 순간 살균법을 사용하는데, 이 차장은 "130℃에서 2초간 살균해 미생물과 부패균을 완전히 사멸시킨다"며 "이는 우유의 신선도와 영양소를 유지하면서 유해 세균만 사멸시키는 살균법"이라고 설명했다. 살균을 마친 원유는 우유의 맛과 품질을 지키기 위해 살균 즉시 5℃ 이하로 급속 '냉각'시킨다.
살균·냉각된 우유는 마지막으로 이화학 및 미생물 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카톤(우유팩), 페트병 등에 포장된다. 우유가 담긴 팩은 컨베이어를 타고 줄줄이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유팩 상단에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이 인쇄되고, 중량 검사기, 금속 검출기를 통과하며 이상 유무 검사가 이뤄진다. 이상이 없는 제품은 패커로 이송돼 익숙한 녹색 플라스틱 우유박스에 담겨 팔레트당 45박스씩 적재돼 거대한 냉장시설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우유들은 매일 오후 10시부터 전국 각지로 배송돼 소비자에게 전달되며 긴 여정을 마친다.
서울우유가 올해 4월 출시한 'A2+ 우유'도 이 공장에서 생산된다. 배앓이가 없어 속이 편한 우유로 알려진 신제품은 서울우유가 국내 유업계 불황 속에서 내놓은 야심작이다. 일반적인 흰 우유는 A1 단백질과 A2 단백질을 모두 함유하고 있는데, A2 우유는 A2 단백질 유전자 형질만을 가진 개체에서 집유해 A2 단백질로만 구성된다. A2 단백질은 사람의 모유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흡수력이 좋고 소화 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 공장장은 "현재는 A2 전환의 초기 단계인 만큼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 등도 가격에 반영돼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지만 앞으로는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점차 일반 우유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저렴한 가격에 많은 소비자들이 A2 우유를 드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