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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비자거절률 2배 폭등…"韓기업 베테랑 더 못 건너갈텐데 큰일"[美투자기업 '비자' 복병]⑦
    입력 2024.1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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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국내 인력에 대한 미국 취업비자 발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수십조원 이상을 미국에 투자한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주요 대기업과 협력사들은 현지 생산설비를 원활히 가동하기 위해 국내 인력 수급이 반드시 필요한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1기 집권 때 보다 더욱 강력한 자국중심주의, 반(反)이민 정책 기조 등을 감안하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6~2020년 트럼프 정부 1기 미국 취업비자(H-1B) 거절률은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의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한국무역협회와 미국정책재단(NFAP)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1기 H-1B 거절률 평균치는 17.8%였다. 100건 가운데 17건 정도만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한국에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했던 2018년엔 24%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오바마 정부 1기(2009~2012년) 8.8%, 오바마 정부 2기(2013~2016년) 7.8%, 바이든 정부(2021~2023년, 2024년은 자료 없음) 3.2%보다 2~6배가량 높은 수치다. 통상문제로 양국이 첨예한 입장을 보인다면 미국에 대대적 투자를 진행중인 우리나라 기업들은 숙련된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비자 장벽'은 1기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보조금 전면 폐지론에 대해선 미국내 뿐 아니라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지만 비자 발급 거절을 포함한 '인력 규제' 확대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정부의 느슨한 이민 정책과 물가고를 강하게 공격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이민자 추방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이민 및 취업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직 비자 발급은 미국산 제품·미국인 우대 정책인 '바이 아메리칸, 하이어 아메리칸' 정책 기조와 맞물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직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면 미국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들에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무협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액은 이미 1000억달러(약 140조원)를 넘어섰다. 첨단설비를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선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데, 현지 채용 보다는 국내에서 직접 공급하는 게 가동 초기에 중요하다.

국내 반도체 협력사 대표는 "비자 거절률이 높지 않았던 바이든 정부 때도 미국에서 전자여행허가(ESTA), 방문비자(B-1, B-2)로 일하는 것은 불법이어서 입출국이 힘들었다"면서 "반이민 정책을 대놓고 추진하는 트럼프 정부에선 발급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도 "한국 기업들이 현지 법인에 필요한 인력을 제때 보내지 못해 현지 사업에 타격을 입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다. 미국 정치권 반응도 예전 같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영 김 연방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 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 등이 발의했던 '한국 동반자법' 입법 활동은 위축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 동반자법은 H-1B와 같은 효력을 지니는 한국인 별도 전문직 비자인 'E-4' 1만5000장을 발급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무협에 따르면 미 의회 회기별 한국 동반자법 발의 의원 수는 113회기(2013~2014년) 118명, 114회기(2015~2016년) 87명, 115회기(2017~2018년) 85명, 116회기(2019~2020년) 57명, 117회기(2021~2022년) 54명, 118회기(2023~2024년) 46명이다. 바이든 정부에서 발의 의원 수(46명)는 오바마 정부 2기 초(118명)의 3분의 1(39%)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한국 동반자 법 발의 의원들이 특정 당(민주당)에만 쏠린 것은 아니어서 공화당 '통합정부'(대선·상·하원 의회선거 모두 승리)가 들어서도 한국 동반자법 입법 활동이 감소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소수 있다.

이와 관련해 헨리 해거드 전 주한미국대사관 정무공사는 최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 의회가 한국 동반자 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혼자만의 활동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실리 외교와 민간의 아웃리치를 병행한 총력전을 감행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적극 권장한 바이든 정부에서조차 한국 기업·정부 아웃리치 활동은 개별 경제단체장이나 워싱턴DC의 기업 대관조직이 통일된 체계 없이 미 연방의회·주의회·연방정부·주정부 등을 따로 만나 효과가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협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발맞춰 신임 의회가 개원해 새로운 의제를 다룰 때 한국 동반자법을 조기에 재발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대한민국의 대미 투자가 늘었으니 한국 동반자법 발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낸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트럼프 정부를 이미 경험해 본 정부의 실리적 외교·협상 노력과 민간 차원의 아웃리치 활동을 병행하면 한미 모두 '윈윈'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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