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유럽의 병자' 오명을 썼던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남유럽 3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유럽 경제를 이끌며 '경제 모범생'으로 거듭난 비결은 긴축·구조개혁 덕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유럽 3국은 법인세를 29%에서 22%로 7%포인트 낮추고 노동·재정개혁을 해냈다. 스타트업 창업을 적극 독려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했다.
재계에서는 남유럽 3국이 과감한 긴축·구조개혁을 단행해 경제 체질을 강화한 사실을 교훈삼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2일 발표한 남유럽 3국의 지난 10여년간 정책·경제성과 분석 결과 3국의 최근 3년간 경제성장률은 유럽연합(EU) 전체 경제성장률 평균치보다 높았고, 비결은 긴축정책과 시장친화적 구조개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2023년 EU 평균 경제성장률은 3.33%, 3개국 평균 성장률은 5.06%였다. 그리스 5.33%, 스페인 4.90%, 포르투갈 4.93%였다.
그리스는 2012년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까지 갔다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올해의 국가'로 선정됐다. 1980~1990년대 시행한 무상의료·교육, 연금 인상, 공무원 증원 등 선심성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을 걷어냈다. 2019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신민당)가 집권하면서 EU 권고에 따라 긴축정책을 이행하면서 감세·투자환경 개선 등 시장친화적 정책을 추진하는 개혁을 폈다.
미초타키스 총리 취임 당시 29%였던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22%까지 7%포인트 낮췄다. 투자·노동 관련 규제를 정비해 기업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개혁 결과 그리스는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 회복 모두 성공했다. 3년 평균 경제성장률 5.06%를 기록한 데다 200%를 넘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지난해 168.8%로 하락하며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리스 대외신인도는 2010년 '투자 부적격'에서 13년 만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투자 적격' 등급으로 올랐다. 신민당은 지난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스페인은 노동·연금·재정 등 전방위적인 고강도 구조개혁을 해냈다. 2021년 성장률 6.4%, 2022년 5.8%에 달했다. 비결은 2011년부터 추진한 구조개혁과 적극적 투자유치 지원정책이다. 스페인은 해고조건 간소화, 단기계약 근로 도입 등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였다. 공공투자 축소 및 지방 재정 건전화 등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꿨다. 투자이민제도인 '골든비자', 해외투자자 조세 지원, 스타트업 육성 등을 통해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스페인 경상수지는 2012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외국인직접투자(FDI)도 2021년 전년 대비 169% 늘어난 383억1000만달러(약 53조4500억원)를 기록했다. FDI를 계속 유치한 결과 지난해에는 FDI로 일자리 4만2450개를 창출하며 유럽 내 2위를 기록했다.
포르투갈도 스페인처럼 2011년 이후 노동·조세·공공부문 전방위적 구조개혁을 했다. 무엇보다 국가 차원에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포르투갈'을 진행했다. 친이민 정책을 통해 해외투자 유치를 시도했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영주권을 주는 골든비자 제도, 외국 고급인력 세금 혜택 정책 등을 폈다.
개혁 결과 2012년 -4.1%였던 경제성장률이 2015년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2022년에는 EU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6.8%를 기록했다. 특히 스타트업 개수가 2016년 2193개에서 지난해 4073개로 2배가량 늘었다. 다수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을 배출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남유럽 국가들 성장에는 관광업 회복 등 대외적 요인 외에도 긴축 재정, 적극적 투자유치 등 친시장적 체질 개선 노력이 주효했다"며 "남유럽 3국이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 취약성을 어떻게 대응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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