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창업 희망자가 늘수록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창업 기회를 늘리고 창업 실패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내용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의 기업가정신과 한국 경제의 재도약' 세미나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 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조사한 결과 전체 18∼64세 인구 중 창업 기회를 찾는 사람 비율이 1%포인트 오르면 1인당 GDP가 약 0.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반대로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다고 답한 사람 비율이 1%포인트 높아지면 1인당 GDP는 약 0.06%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지원 기업가정신 프로그램 품질 지수(5점 만점)가 1점 오르면 1인당 GDP는 4.81% 느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위원은 "창업 기회, 기업가정신 프로그램 등 정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포용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 방안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국경제가 성장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왔다.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는 기술혁신을 통해 한국 경제성장이 멈추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총요소생산성이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보다 높은 만큼 기술혁신이 한국경제의 새 성장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부터 2021년까지 32년간의 OECD 주요국 총요소생산성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한국은 2.8%로 아일랜드(1.6%), 미국(0.9%), 독일(0.8%), 영국(0.7%), 호주(0.7%), 캐나다(0.5%) 등보다 높았다.
전 대표는 "수요 감소에 대비해 총요소생산성을 극대화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산인구 감소세를 고려해 개방적 이민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이 풍부한 첨단 산업 인프라를 갖춘 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반도체, 컴퓨팅 인프라 등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갖춘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상두 네이버클라우드 AI랩 소장은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 AI 역량을 구축하는 '소버린 AI' 경험을 바탕으로 새 사업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 통신사, 대기업, 스타트업, AI 반도체 기업 등이 '원팀'을 이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신약개발 과정에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AI 신약개발 기업 티나클론의 나인성 대표는 "1980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된 신약 허가 1355건 중 한국 제약·바이오는 4건(0.3%)"이라며 "신약개발 과정에 AI를 적극 활용하면 한국 제약·바이오 역량이 한층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근 서울대 석좌교수는 기조연설에서 "AI 혁명 시대에는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이 협업하는 'K-기업가정신' 모델이 필요하다"며 "미 실리콘밸리처럼 대기업 출신 인재가 세운 기업이 대기업에 인수되는 선순환 구조를 확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AI 혁명 시대에 기업가정신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업가정신을 높여 한국경제 재도약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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