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콘텐츠 산업 활황 속에서 소니 등 일본 대기업들이 콘텐츠 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소니가 콘텐츠 기업 '가도카와'를 인수하기 위한 협의에 나섰다고 밝혔다. 소니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향후 3년간 1조8000억엔(16조139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소니는 미국 미디어 대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인수도 검토했으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 기업으로 시작한 가도카와는 현재 원작 만화의 애니메이션화, 게임 콘텐츠 개발 등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곳이다. 가도카와는 만화 '최애의 아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이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최애의 아이 흥행으로 올해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던 영상 제작업체 '도가코보'도 인수했을 정도로 세를 불렸다. 여기에 자회사에서는 게임 '엘든링'을 선보였는데 누적 판매 수만 2500만개가 넘을 정도로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닛케이는 "가도카와는 유명 출판 업체인 슈에이샤, 고단샤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라며 "특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라이트 노벨(오락성이 있는 대중 소설) 전용 레이블이나 인기 만화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다른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보물산'으로 꼽힌다"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콘텐츠를 위한 기업 간 M&A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 최대 영화 배급사 도호는 지난 5월 애니메이션 영화 '견왕'을 제작한 '사이언스SARU'를, 그리고 같은 해 10월에 미국에서 스튜디오 지브리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배급하는 기업 'GKID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 콘텐츠 시장이 활황을 맞았음에도 불구, 정작 콘텐츠 제작비가 급등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제작비가 급증하면서, 대기업이 아니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초대작 게임 개발에 평균 4년 이상의 기간과 40억엔(359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TV에서 방영되는 3개월 분량의 애니메이션도 제작비만 통상 몇십 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흥행하지 못하면 투자비 회수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 내 콘텐츠 시장 규모는 14조엔(125조9000억원)으로 추산되며, 해외 매출액의 경우 2022년 약 4조7000억엔(42조2666억원)으로 10년간 약 3배 성장했다. 닛케이는 "이는 일본 철강산업과도 맞먹으며 반도체산업에도 육박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 2033년까지 매출액을 20조엔(179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 넷플릭스도 '원피스' 등 인기 만화를 실사판 드라마로 만드는 등 해외의 주목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콘텐츠 산업에 눈을 돌린 기업들은 M&A를 통해 흥행이 유력한 킬러 콘텐츠를 확보, 다각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닛케이는 "기업들은 M&A를 통해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부터 굿즈 판매 등 파생 사업까지 노려 그룹 차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을 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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