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해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중 처음으로 국내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보안 자격을 취득했다. 민간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한 해외 기업이 공공 시장까지 넘보면서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MS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인증제(CSAP) '하' 등급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해외 클라우드 기업이 CASP 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SAP는 클라우드 사업자가 국가, 공공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받아야 하는 보안인증이다. 기존에는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려면 물리적으로 분리된 별도 망이 필요했다. 해외에 서버가 있는 빅테크가 국내 공공 시장에 진출할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상·중·하로 나뉜 CSAP 등급제를 도입하면서 이들 업체에도 길이 열렸다.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공개 공공데이터를 다루는 시스템은 '하' 등급을 적용해 논리적 망 분리를 허용하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망분리 효과를 내는 소프트웨어(SW)를 적용하면 보안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CSAP 인증으로 MS는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유현경 한국MS 공공사업본부 부문장은 "국내 공공기관의 높은 신뢰성 요구에 부응하면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로 국내 공공 분야 고객들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MS를 시작으로 클라우드 빅3에 꼽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까지 공공 시장 공략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AWS, 구글도 CSAP '하' 급등을 신청해 이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빅테크의 공공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국내 업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간 시장의 80% 이상을 해외 기업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공공 시장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에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빅테크가 클라우드와 관련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경우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민간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국내 업체가 성장하는 발판 역할을 했다. 경쟁이 덜한 공공 시장에서 사업 레퍼런스를 쌓아 민간에서 사업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월 공공·금융 분야에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용해 현재 5000억원 도입 규모를 2027년 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던 것은 보안인증이 방파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하 등급만 열어주겠다고 하지만 클라우드 전환이 가능한 서비스들이 대부분 몰려있어 전면 개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국가정보원이 추진하는 다층보안체계(MLS) 전환과 맞물릴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MLS는 등급에 따라 적절한 보안 조치를 하면 외부 인터넷망과 연결해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망 정책이다.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공공 시스템을 기밀(C), 민감(S), 공개(O) 등 3등급으로 나눠 보안 조치를 차등화한다. MLS 가이드라인에는 공공기관이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는 요건도 담기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MLS 심사도 CSAP와 연계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CSAP를 획득한 사업자의 경우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O등급 시장에 용이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해외 기업이 CSAP와 MLS 인증을 모두 받으면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이 더욱 수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해외 기업의 유통 파트너인 국내 클라우드 관리 사업자(MSP)에게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클라우드 공급 사업자(CSP)와 고객을 연결해 주고 클라우드 도입 컨설팅, 구축, 운영 등을 맡고 있어 사업 기회가 커지기 때문이다. 메가존클라우드, 베스핀클로벌 등이 대표적이고 삼성SDS, LG CNS같은 IT 서비스 기업도 MSP 사업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SP와 함께 공공이나 금융권처럼 보안요건이 높은 산업군에도 진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사업 기회를 넓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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