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이 총수 서정진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수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다만 서 회장이 사익편취 행위를 직접 지시 또는 관여한 사실은 입증되지 않아 검찰 고발은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셀트리온이 총수 지분율이 높은 특수관계인 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이하 헬스케어)와 셀트리온스킨큐어(이하 스킨큐어)를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3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셀트리온은 의약품 제조·판매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2016년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헬스케어(서정진 회장 지분율 88.0%)는 셀트리온에서 생산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글로벌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로, 지난해 12월 셀트리온에 흡수합병됐다. 스킨큐어는 셀트리온의 화장품 자회사로, 서 회장이 지분 69.7%를 들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09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총수가 지분을 보유한 헬스케어에 대해 의약품 보관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부당이익을 제공했다. 같은 기간 상표권을 헬스케어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으며, 2016년부터는 스킨큐어에도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다.
셀트리온은 2008년 8월 바이오시밀러 개발 초기 겪는 위험요인 분산을 위해 헬스케어와 '판매권부여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위험 분산 대가로 헬스케어에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국내외 독점 판매권을 부여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헬스케어는 셀트리온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매입해 보관하고, 이를 셀트리온이 보관하는 경우에는 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 보관료를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셀트리온은 2009년 12월부터 헬스케어로부터 보관료를 받지 않기로 합의하고, 2012년 8월에는 해당 계약서에서 보관료 지급 규정을 삭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는 헬스케어가 부여받는 독점판매권에 상응해 제조·개발 과정에서의 일부 위험을 부담한다는 당초의 계약 내용과 상반되는 것이었고, 제품의 소유권자가 보관책임을 지는 일반적인 거래 상식이나 관행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방식으로 셀트리온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9억5000만원 상당의 보관료를 헬스케어에 부당하게 제공했다.
이와 함께 셀트리온은 '셀트리온 상표권'을 헬스케어에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스킨큐어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무상으로 제공했다. 셀트리온은 2003년 11월 특허청에 '셀트리온(CELLTRION) 상표'를 등록한 이후 헬스케어·스킨큐어 등 계열사들이 셀트리온 상표에 자신의 회사명을 결합하는 형태로 해당 상표권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2018년부터는 이런 행위가 부당지원 등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계열사들로부터 미수취한 상표권 사용료를 자체적으로 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국세청에서 이를 과세처분하기 전까지 상표권 사용료 미수취 행위를 지속했다.
이 같은 행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해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를 금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3조2' 위반에 해당한다. 이 같은 행위로 헬스케어와 스킨큐어가 취한 부당이익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12억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공정위는 추산했다.
공정위는 "헬스케어와 스킨큐어 모두 총수 지분율이 높은 특수관계인 회사로, 최초 지원행위가 시작된 2009년과 2016년 전후로 영업이익 적자가 누적되고 현금흐름이 부족한 상황이었으나, 이 사건 지원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김동명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사익편취 행위가 지속된 기간이 상당했고, 사익편취 금액도 미미하다고 볼 순 없으나, 총수가 이를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검찰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의약품?제약 분야에서의 사익편취 행위를 제재한 최초의 사례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총수 개인회사를 지원함으로써 특수관계인에게 부를 이전시킨 행위를 적발해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셀트리온 측은 "공정위 조사가 있기 전에 이미 (위법사항에 대한) 개선을 완료했다"며 "공정위 처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부 준법 경영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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