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법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기존 관행과는 다른 ‘무소송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전속계약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뉴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뉴진스의 무소송 전략은 엔터테인먼트업계 전반의 관행과 법적 기준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팀의 계약 분쟁을 넘었다"면서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관계를 정의하는데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소송 전략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조면식 법무법인 게이트 대표 변호사는 "(뉴진스의)계약 해지 통지만으로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며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그 기간 내 시정되지 않았을 경우 법정 해지권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뉴진스는 어도어에 전속계약의 위반 사항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14일의 시정 기간이 지난 뒤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조 변호사는 뉴진스의 무소송 전략이 어도어가 먼저 소송을 제기하게 만들어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법원이 뉴진스의 계약 해지를 전적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어도어가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속계약 해지 통보는 상대방에게 전달된 순간 효력을 발생하며, 이를 막으려면 어도어가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브 측은 "뉴진스와의 전속계약은 2029년까지 유효하다는 입장"이라며 "소송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 뉴진스는 독자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속계약은 해지했지만 예정된 광고 촬영 등은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익 배분과 같은 문제를 고려할 때, 양측의 법적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와 어도어 간의 법적 분쟁이 본격화된다면 위약금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르면 위약금은 계약 해지 시점 기준 직전 2년간 월평균 매출액에 잔여 계약 개월 수를 곱해 산정한다. 업계에서는 뉴진스가 최대 60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부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진스 측은 소속사의 귀책 사유로 전속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위약금을 지불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법적 다툼이 벌어질 경우 위약금이 완전히 면제되는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 한 팀을 데뷔시키는 데 통상 수십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을 법원도 고려한다"며 "위약금 규모는 소속사와 아티스트 양측의 귀책 사유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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