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본 막대과자 '우마이봉' 드셔보셨나요? 가운데 구멍이 뚫린 모양에 겉에는 짭짤한 시즈닝이 묻어있어 한국에서는 1990년대생들이 즐겨 먹던 추억의 과자 '차카니'와 맛이 비슷하다고 호평을 받는 과자입니다. 돈키호테 등 일본 드럭스토어에서 몇십 개씩 포장해 관광객들 사기 좋게 대용량으로 묶음 판매하곤 하는데요. 일본에서는 얼마 전 지역 철도 노선 탄생 90주년을 맞아 우마이봉을 사용한 행사를 진행해 화제가 되고 있답니다.
추억의 과자 차카니처럼 우마이봉도 몇십 년째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우마이봉은 어떻게 국민 간식 자리로 올라서게 됐을까요? 오늘은 우마이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우마이봉은 1979년에 탄생했습니다. 이바라키현 리스카라는 과자공장이 개발 이후 지금까지 쭉 제조를 맡고 있고, 도쿄에 본사를 둔 야오킨이라는 회사가 판매를 담당하고 있죠. 이 과자는 원료에 열과 압력을 가해 부풀리는 '퍼프 머신'이 일본에 들어오면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잘게 썬 옥수수를 꾹꾹 눌러 기계에 넣고, 기계 밖으로 흘러나오는 과자를 잡아당기면서 긴 막대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것인데요. 자르는 길이나 방식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비슷한 시기 제과업체들은 모두 막대 과자로 경쟁하게 되죠.
당시에 이 과자는 일본의 구멍가게에서 판매되곤 했습니다. 지금의 우마이봉처럼 개별포장은 아니었다고 해요. 습기에 취약하기 때문에 가게 주인이 병이나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어두고 꺼내 줬다고 합니다.
리스카는 케이스를 여닫는 과정에서도 습기가 차서 맛이 떨어질 것을 생각해 과자를 개별포장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이렇게 알루미늄 포장지로 개별포장을 하게 되면서 가게 앞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간식이 밖에서도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처음에 출시한 맛은 짭짤한 '소스 맛'이었는데, 이후 1982년에 명란젓 맛을 출시하면서 단숨에 인지도가 올라갑니다. 담당자가 명란젓이 특산물인 규슈 출장길에 술자리에서 명란을 맛보고 "어떻게든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다양한 시도를 한 결과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마이봉은 현재까지 약 60종류의 맛을 출시했습니다. 치즈 맛, 콘 포타주 맛 등 짭짤한 맛이 기본인 스테디셀러 14종 이외에도 계절이나 이벤트에 따라 출시하는 맛도 달라지는데요. 구마모토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구마모토의 마스코트 쿠마몬과 손잡고 협업 상품을 출시해 매출 일부를 재해 성금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구마모토현 특산물 호박 파우더를 사용해 '호박 포타주 맛'을 출시했었는데요. 이처럼 우마이봉은 다양한 맛으로 변형이 가능해 각 지역 특산물을 살린 맛을 많이 출시했고, 덕분에 일본 휴게소 곳곳에 기념품으로도 유통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마이봉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가성비인데요. 우마이봉의 원래 가격은 1개 10엔(93원)입니다. 출시 이후 42년간 유지해온 가격입니다. 우마이봉이 출시되던 시기는 제2차 오일쇼크가 일어나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던 시기입니다. 저렴한 과자들도 가격인상에 들어가던 시절인데, 우마이봉은 1개 10엔을 그대로 고수합니다. 그리고 낱개 판매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먹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출시한 맛들은 대부분 아이 과자라기보다는 술안주에 가까운 자극적인 맛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회사 관계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보통 어른들이 먹고 있는 맛에 대한 관심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회사에서 맛을 개발하는 기준은 '80%가 즐기고, 20%는 이게 무슨 맛인가 반응하는 정도'라고 하네요.
다만 물가 상승의 여파를 우마이봉도 견뎌내지는 못했는데요. 2007년 리먼 쇼크와 더불어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마이봉도 슈링크플레이션을 겪습니다.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기존보다 1g 용량을 줄이고, 지금도 이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양을 조금 줄이고 가격을 유지하다가 2022년 개당 12엔(112원)으로 인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마이봉도 견디지 못한 물가 상승'이라며 주목받기도 했었습니다.
여하튼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한 우마이봉은 최근 열차 노선 개통 90주년 이벤트에도 등장했습니다. 이바라키현과 다른 지역을 잇는 스이군선 노선인데요. 이바라키현에 우마이봉 5만2000개를 배치, 위에서 바라보면 열차가 달리는 그림처럼 보이도록 하는 '지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바라키현 열차 90주년 이벤트에 지역 명물을 사용한 것이죠. 아이들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현지 초등학생들도 직접 배치에 참여했다고 하네요. 일본 주요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 그리고 우마이봉 포장지에 그려진 캐릭터는 도라에몽으로 다들 알고 있는데, 사실 도라에몽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계셨나요? '우마에몽'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정석대로라면 이름 없는 캐릭터라고 해요. 충격적이게도 캐릭터 모티브가 된 것은 회사 사장님이라고 합니다. 다만 회사 사장이 얼마나 캐릭터와 닮았는지는 공개가 안 됐다고 해요. 공식 석상에서도 사장이 캐릭터 탈을 쓰고 나와서 그렇다고 합니다. 회사 측에서는 이름도 확실하지 않고 지구인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하네요. 도라에몽 쪽에서 항의를 받은 적도 없다고 합니다.
우마이봉은 일본에서 30·40대 부모들이 추억의 먹거리라며 아이들과 나눠 먹기 위해 집에 사놓거나 하는 일도 많다고 해요. 저도 떠올려보니 '아폴로', '쫀디기' 등 100원짜리 간식들을 많이 사 먹었는데요. 용돈 1000원 받던 시절 100원짜리 간식들은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저도 아폴로가 떠올라서 찾아봤는데, 국내 제조업체는 이미 2013년 폐업했다고 하네요. 불량식품이라는 이미지에 더해 문방구와 구멍가게가 사라지면서 이런 과자 업체들이 많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참 아쉽습니다. 여러분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간식이 있나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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