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삼양식품이 전 세계적인 '불닭볶음면' 신드롬을 타고 창립 63년 만에 첫 해외 공장을 짓는다. 장소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다. 삼양식품은 미국보다 비용 조달이 유리한 중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14억 현지 인구를 겨냥하는 한편, 국내 수출 물량을 미국과 유럽에 집중시켜 '불닭 시대'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전날 공시를 통해 '삼양 싱가포르 유한회사(가칭)' 설립을 위해 647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지분 90%를 보유한 이 회사를 통해 중국 생산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거점 역할로, 중국생산법인 설립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공장 설립은 이미 예견됐다. 불닭볶음면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타고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가 '불닭 품절 사태'를 겪고있다. 해외 수출국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불닭볶음면은 올해만 해도 아프리카의 소말리아·모로코, 중동의 레바논과 함께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 유럽의 헝가리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밀양2공장을 짓고 있지만, 세계 각국의 수요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삼양식품은 해외 공장 부지 논의 초기 불닭볶음면을 생산해 현지에서 전량 판매할 수 있는 중국과 미국을 놓고 저울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이 중국을 택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중국은 삼양식품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국가이자 불닭볶음면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에서 불닭볶음면은 '훠지멘'(火鷄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인기가 높다. 이에 중국에 공장을 지으면 14억 인구의 수요나 입맛에 맞게 발빠르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중국 공장은 수출이 아니라 중국 내수에서 판매할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공장 건립 비용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공장 설립 비용, 가동 이후 인건비 등 유지 비용 측면에서 중국이 유리한 데다 현지 판매조직도 잘 갖춰져 있어 이같이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장은 2027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중국 공장이 완성되면 밀양1공장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보내던 물량을 미국, 유럽에 조달해 불닭 인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삼양식품은 최근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삼양식품의 수출실적은 7억달러(약 9911억원)였다. 삼양식품은 불닭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출을 늘려가며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연간 수출액은 2016년 930억원에서 지난해 8093억원으로 7년 만에 약 9배가 됐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서 68%로 높아졌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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