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피크민 블룸' 열풍이 불고 있다. 피크민 블룸은 증강현실(AR) 기반의 모바일 게임으로, 플레이어가 걸어 다닌 경로를 따라 꽃을 심고 피크민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다. 즉 스마트폰을 들고 산책하기만 해도 게임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사용자 간 경쟁 요소가 없는 데다 게임 방법도 쉽다는 점에서 경쟁에 지친 젊은층에게 '힐링 게임'으로 통하고 있다.
피크민 블룸은 한때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AR 게임 '포켓몬 GO'을 개발한 닌텐도와 나이언틱이 다시 뭉쳐 내놓은 AR 게임이다. 2021년 출시된 해당 게임은 지난 3년 동안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0월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 나기 시작하면서 이례적인 역주행 신호를 보인다.
실제로 피크민 블룸 이용자는 두 달 새 130만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는 피크민 블룸 애플리케이션(앱)의 지난달 월간이용자수(MAU)가 144만6791명으로, 지난 9월(10만193명)과 비교해 약 1350%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게임 열풍을 주도하는 이들은 여성과 10대 이하 이용자로 나타났다. 피크민 블룸 여성 이용자는 지난달 기준 77.36%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10대 이하가 56.19%, 20대는 32.51%로 조사됐다.
해당 게임은 일종의 '걷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휴대폰을 들고 걸으면 화면에서 식물 모종을 발견할 수 있는데, 모종을 화분에 심고 걸음 수를 채우면 '피크민' 캐릭터가 생성된다. 게임을 하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이는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지인이 추천해줘서 피크민 블룸을 하게 됐는데, 게임을 할수록 힐링된다"며 "회사 퇴근하고 나면 지쳐서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았는데, 피크민 블룸을 하려고 산책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하면 더욱 좋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확실히 기분전환이 되고 게임을 하기 위해 일부러라도 밖에 나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까지 피크민 블룸의 MAU는 4만명대에 머물렀으나 최근 아이돌그룹 뉴진스가 이 게임을 한다고 밝혀 1020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피크민 블룸은 사용자 간 경쟁보다는 '걷기'라는 일상적 행동으로 소소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 '무자극 힐링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경쟁게임들과는 달리 자기만의 속도로 귀여운 캐릭터를 키울 수 있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도 없기 때문이다. 또 귀여우면서도 독특한 모습의 피크민 캐릭터 또한 팬덤 문화를 촉진하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피크민 캐릭터로 만든 사진과 유행어가 인기를 끌며 사용자들 사이에서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피크민 블룸의 인기는 강렬한 자극을 추구했던 MZ세대들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아보하'가 내년 주요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로, 특별한 성취나 과시 없이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온함을 찾으려는 삶의 태도를 뜻한다. 경쟁과 강한 자극에 지친 젊은 세대가 이제는 무탈하고 무해한 하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한편 피크민 블룸을 제작한 마도카 카타야마 사용자경험(UX) 디자인 디렉터는 "피크민 블룸을 플레이하면서 매일 긍정적인 일을 더 할 수 있다면 좋겠다"며 "산책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하루하루가 특별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길 바란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