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실적 부진 늪에 빠진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그동안의 지나친 할인 정책을 위기 원인으로 꼽으며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회하겠다고 했다.
19일(현지시간) 외신은 지난 10월 나이키 사령탑에 오른 엘리엇 힐 CEO가 이날 취임 후 첫 실적발표 어닝콜에서 처음으로 사업 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힐 CEO는 소매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재건하고 할인과 프로모션을 자제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내세웠다. 32년간 나이키에서 근무한 힐은 실적 부진으로 지난 9월 해임된 존 도나호 CEO에 이어 새 수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수장 교체 소식에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8%가량 뛰며 시장의 환호를 반영했으나 신임 CEO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이날 힐 CEO는 "우리는 과도하게 (할인·판촉 등) 프로모션을 해왔다"는 점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으며 "가격 인하 수준은 우리 브랜드에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과 우리 협력사들의 이익에도 지장을 줬다"고 해석했다. 재고 관리를 개선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이를 위해 할인을 피하겠다고도 했다. "이 중 일부 조치는 단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겠지만 우리는 장기적 관점을 갖고 있다"면서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축구·농구·트레이닝·스포츠 의류 부문과 스포츠 관련 마케팅에 주력하겠다고도 했다. "우리가 스포츠에 대한 집착(obsession)을 잃어버렸다"면서 "몇몇 스포츠의류 실루엣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답지 않다"고 강조했다.
나이키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회계연도 2분기(9~11월) 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한 123억5000만 달러(약 17조9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9.41% 감소보다는 선방한 것이다.
최근 나이키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도나호 CEO 체제하에서 나이키는 풋라커와 같은 신발 전문 판매업체가 아닌 자사 웹사이트와 매장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도록 한 결과 경쟁사들에 시장 점유율을 많이 빼앗긴 상황이다. 미국 1위 리셀 플랫폼인 스탁엑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나이키 및 조던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반면, 경쟁사인 아식스와 아디다스는 각각 600%, 90%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은 "나이키는 도나호 체제하에서 연간 매출이 31% 이상 늘었지만, 이는 에어포스 1, 에어 조던 1과 같은 기존 프랜차이즈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낸 결과"라며 "한정판 조던 시리즈들의 희소가치가 떨어져 품귀현상도 옛말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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