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발렌타인을 수입하는 주류업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매출원가율이 20%대로 확인됐다. 매출원가는 기업이 판매한 상품을 생산하는데 발생한 직접 비용으로, 위스키 수입업체의 경우 상품의 매입원가를 의미한다. 이 회사가 위스키를 저렴하게 수입해 4배 넘게 수익을 남겼다는 이야기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6월 결산 법인인 페르노리카코리아의 2023 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5월) 기준 매출원가는 4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매출액은 1751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은 23.97%다. 이는 조니워커를 수입하는 경쟁업체 디아지오코리아의 매출원가율(34.89%)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수입 주류는 '해외 제조사(본사)→한국 수입사→도매상→소매 업체' 순으로 국내에 유통되는데, 한국 수입사에 해당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경우 해외 제조사로부터 저렴하게 위스키를 수입해 국내 도매상에 비싸게 판 셈이다.
실제 같은기간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영업이익은 531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30.3%로, 경쟁사인 디아지오코리아 영업이익률 11.18%보다 3배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매출원가는 같은기간 이 회사가 지출한 광고선전비(487억원)보다 적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17년 배우 정우성·이정재, 2022년 주지훈·최민호에 이어 올해 현빈을 모델로 발탁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갔다. 지난 1년간 위스키를 수입하는데 쓴 비용보다 위스키를 알리는데 더 많이 쏟아부으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수입 주류업체는 국내 주류 제조업체와 달리 상품을 만드는 데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매출 원가가 상당히 낮은 동시에 광고·판촉 행사에 주력한다"고 전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홈술 트렌드 확산 등 위스키 수요가 늘자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발렌타인 12년산의 국내 편의점 판매 가격은 4만7900원에서 5만3100원으로 10.9%, 로얄살루트 21년은 34만5200원에서 37만2900원으로 8% 뛰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이달 들어 주력상품인 발렌타인 등 주요 위스키의 출고가를 최대 13% 인하했다. 대상 제품은 발렌타인 10년, 17년, 21년과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 21년 몰트, 21년 그레인, 그리고 일부 리미티드(한정판) 등이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은 당시 인하 배경에 대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침체된 고객사들과 상생하고,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즐기실 수 있게 노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국내 위스키 시장이 축소되면서 수요를 붙잡기 위해 제품 가격을 내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수입가격은 고무줄이기 때문에 정말 도매상과 소비자들의 상생을 위해 가격을 내렸는지 알 길이 없다"면서 "수입사가 알아서 가격을 결정하기 구조이기 때문에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인상 등 변동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도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열린 '발렌타인 40년 마스터클래스 컬렉션-더 웨이팅'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한국 위스키 시장은) 하락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고 있고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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