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본 샤프의 오사카 사카이시 공장이 소프트뱅크에 이어 이번에는 세키스이 화학에 매각된다. 사카이시 공장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제조를 맡았던 공장으로, 적자 경영 끝에 문을 닫았다. 공장을 사들이는 기업들은 모두 이곳을 신산업 거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일본 정부 역시 투자를 보조하며 이번에야말로 업계 선두를 탈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샤프가 이날 오사카 사카이시 공장 일부를 세키스이화학에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매각 금액은 250억엔(2327억원)이다.
세키스이화학은 이번 계약을 통해 2019년 11월 이후 가동을 중단한 옛 태양광 전지 공장 부지, 그리고 관련 에너지 설비를 사들이게 된다. 세키스이화학은 내년 10월 이곳을 양도받고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양산하는 공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필름처럼 얇은 전지로, 태양전지 설치가 어려운 벽면이나 곡면으로 이뤄진 체육관 천장 등에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로 불린다.
닛케이는 "페로브스카이트 신공장은 (샤프의) 사카이 공장 철거지에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며 "2030년부터 가동되는 신공장의 생산능력은 전지 발전 용량 기준 연 100만 킬로와트(kW)로 보이며, 이는 원자력 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발전 용량"이라고 전했다.
지난 20일 샤프는 소프트뱅크와 1000억엔(9308억원)가량의 부지를 일부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사들인 부지에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으로, 부지 면적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토지와 패널 공장, 전원과 냉각 설비 등을 모두 인수했다.
데이터 센터는 내년 중 착공해 2026년 가동 개시가 목표다. 소프트뱅크는 데이터 처리를 위해 미국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B200'을 구매해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카이시 공장에 설립될 데이터센터는 일본 관서 지방을 총괄하는 대형 거점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카이시 공장이 신산업을 위한 거점으로 탈바꿈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업계는 일본의 재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카이시 공장이 2000년대 업계를 선도했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난 일본 산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샤프, 소니 등 일본 전자 대기업들은 2000년대 LCD 패널 부문을 선도했으나, 한국, 중국과의 경쟁에 밀리면서 잇달아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사카이시 공장의 경우 마지막까지 남아 LCD를 생산하던 자국 내 유일한 업체였으나, 계속되는 적자로 끝내 지난 8월 생산 중단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일본 정부도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업계 선두를 달려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경제산업성은 샤프 옛 공장 매입 등 최첨단 전지 양산에 뛰어든 세키스이화학에 전체 투자금의 50%에 달하는 1600억엔(1조4897억원)을 보조하기로 했다. 이미 기존의 실리콘형 태양전지 시장도 일본 기업들이 꽉 잡고 있었지만, 점차 저가의 중국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기업 6곳이 페로브스카이트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어, 하루빨리 양산에 성공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닛케이는 "상용화에 뒤지지 않도록 세키스이화학을 시작으로 일본도 양산을 서두르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한편 샤프는 이번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가전제품 등 브랜드 사업 중심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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