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미국 자전거업계가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90%에 달하는 중국산 부품 사용 비중을 내년 말까지 20%로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미국 자전거 제조 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자전거 제조 업체인 가디언바이크스가 미국 인디애나에 공장을 짓고 자국 내에서 부품을 최대한 조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전거 10대 중 9대 이상은 중국에서 생산될 정도로 중국이 전 세계 자전거 제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자전거 한 대를 제작하는 데 30~40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 역시 대부분 중국산이다.
가디언의 브라이언 라일리 창업자는 이러한 상황을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가디언 부품 비용의 90%를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말까지 이를 2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가디언은 자체 자전거 프레임 생산을 시작했으며, 자전거 손잡이나 핸들 바, 타이어 반사경 같은 일부 부품은 미국에서 조달하고자 거래처를 물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디언은 우선 전체 부품 비용의 60%를 미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그는 미국 대부분 지역에 이틀 내로 배송할 수 있을 만큼 제조 공장이 가깝고 원자재 조달이 용이하도록 2022년 미국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조달할 수 있는 부품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오지 않으니 운송 비용은 줄었으나 부품 제작 또는 조립 속도가 느려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게 됐고, 인건비가 올라갔다. 현재 가디언은 250명의 직원이 하루에 최대 2700대의 자전거를 생산하고 있다.
라일리 창업자는 "생산의 모든 측면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모든 자전거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홈페이지 곳곳에 성조기를 배치하고 '미국에서 100% 생산한다는 목표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디언의 어린이용 자전거 가격은 149~399달러(약 21만7000~58만2000원)로 책정되는데, 이는 제조업체가 유통 단계를 없애고 곧바로 온라인 몰에서 소비자에 판매하는 D2C 자전거와 자전거 매장에서 판매되는 고급 자전거 사이의 가격대다.
가디언이 이처럼 미국산 부품을 물색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이 크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했다. 중국에서 조립된 어린이용 자전거를 수입하면 부과하는 관세율을 11%에서 36%로 올렸다. 이후 미 정부가 해외에서 조립해 수입하는 자전거는 관세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지난해 이러한 제외 조항을 또다시 없애는 등 매해 변화가 큰 상황이다. 관세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면 소비자 판매 가격에 영향을 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대다수의 미국 내 자전거 제조 업체들이 가디언처럼 부품을 중국산 대신 미국산으로 교체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미국 자전거 제조업체인 프레벨로바이크스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뒤 생산 기지를 대만, 태국, 캄보디아로 이전했다. 이 업체는 미국에서 조립을 하더라도 비용 문제 때문에 중국산 부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매해 약 400만대의 자전거를 생산하는 대만 자전거 제조업체인 자이언트그룹도 중국 대신 베트남 공장에서 자전거를 생산해 미국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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