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롯데칠성음료가 대표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Kloud)'의 주질과 패키지를 재정비하고 새해 국내 맥주 시장에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롯데칠성은 클라우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품질 맥주에 대한 수요층을 끌어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 맥주 시장을 선점한 경쟁사보다 영업력에서 뒤쳐진다는 점에서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의 전면적인 재단장을 진행한다. 이번 재단장은 외부 패키지는 물론 레시피에도 적용돼 맥주 맛에도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맛은 홉(hop)의 비율에 변화를 줬다. 기존에 약 7:3의 비율로 사용되던 아로마 홉과 비터 홉의 비율을 아로마 홉 100%로 조정했다. 홉은 천연 항균제로 맥주의 보존성과 유통효율도 높여주고, 무엇보다 맥주 양조 과정에서 맛과 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레시피 변경을 통해 롯데칠성은 쓴맛을 내는 비터 홉을 제외하고 다양한 과일·꽃·향신료 등의 향을 강화할 수 있는 아로마 홉을 전면 적용한 것인데, 부드러운 음용성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대중성을 강화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5도(%)의 알코올 도수를 비롯해 출시 때부터 이어온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에 의한 '100% 맥아즙 발효 원액', 진하고 풍부한 맛을 위한 '100% 몰트'라는 브랜드의 본질적인 특징은 그대로 유지된다. 맛 외에 외형에도 변화를 가져갔다. 캔 재질을 무광 재질로 변경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고, 기존 라벨의 황금색을 더욱 짙게 바꾸고 흰색 대신 감색을 더해 새로워진 클라우드의 깊고 풍성한 향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2014년 출시된 클라우드는 롯데칠성이 처음 선보인 맥주 브랜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며 '신동빈 맥주'라고 불렸다. 출시 초반 클라우드는 국내 맥주 중 가장 풍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지만 경쟁 맥주들에게 밀리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칠성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5% 이하인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칠성은 이번 클라우드 리뉴얼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클라우드와 '크러시'라는 맥주 사업 투트랙 전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국내 주요 맥주 제조사는 기존 충성고객층을 유지하되 새로운 제품으로 다양한 소비자를 유인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롯데칠성의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각각 '카스'와 '한맥', '테라'와 '켈리'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기존의 클라우드가 가지고 있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자 리뉴얼을 단행했다"며 "프리미엄 라인의 클라우드 리뉴얼과 젊은 층 대상의 크러시의 유흥채널 커버리지 확대 전략이라는 투 트랙으로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를 통한 판매량 증대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은 두 경쟁사와 다르게 클라우드를 명확히 프리미엄 라인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두 경쟁사가 투트랙 제품을 사실상 수평적인 포지션에 둔 것과 다른 전략으로 두 제품의 타깃층을 다르게 설정해 고품질의 맥주에 대한 수요층은 클라우드가 흡수하고, 조금 더 가벼운 맥주를 즐기길 원하는 소비층은 크러시가 담당하게 한 것이다. 다만 두 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핵심 브랜드의 확실한 충성고객층과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주류사업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도 맥주 사업이 더 힘을 내줘야 한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주류사업 매출액은 3분기 기준 6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2023년 꺾였던 성장세가 다시 반등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성장의 상당 부분을 소주사업에 기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역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를 앞세운 소주 판매가 증가한 것과 달리 맥주 판매는 다소 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롯데칠성이 마주한 시장 환경이 녹록 치는 않은 상황이다. 우선 외식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주류 제품 판매량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도 "지난해는 국내 소비심리 위축 및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조정 국면의 한 해였다"며 "올해도 부정적인 경제 전망 등에 의해 시장 성장은 제한적일 것 같으며, 어느 때보다 경제 상황 등의 변수에 따른 부침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업계 3위 사업자인 롯데칠성이 매대 확대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주요 주류회사들이 맥주는 물론 소주까지 투트랙 전략을 펼치면서 한정된 식당·주점 냉장고가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품질과 별개로 경쟁사의 영향력이 워낙 강력한 만큼 신제품과 투트랙 전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으로 인지도와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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