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골프웨어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골프에 입문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중저가 골프복 브랜드들도 줄줄이 철수에 나섰다. 올해는 연초부터 탄핵 정국과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더 커진 만큼 골프웨어 사업을 접는 브랜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2023년 상반기 선보인 메종키츠네 골프는 론칭 1년 만에 브랜드 종료를 결정하고 지난해 롯데백화점 주요 점포에서 퇴점했다.
한세엠케이의 주력 골프 사업 부문이었던 LPGA와 PGA는 매장수를 기존 28개에서 20개로 줄이고 온라인 판매 강화에 나섰다. 코오롱FnC가 30여년간 운영해온 브랜드 잭니클라우스는 운영권을 제삼자에게 넘기는 '서브 라이선스'를 결정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세아의 톨비스트와 스마트스코어가 전개한 맥케이슨, LF의 랜덤골프클럽 등도 브랜드를 정리하거나 사업을 축소했다.
골프웨어 브랜드의 사업 종료는 골프 산업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 골프복 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실내보다 감염 위험이 적은 골프장으로 2030세대가 몰리면서 2021년 이후 연평균 20%대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2023년부터 젊은 골프 인구의 이탈과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골프 수요가 크게 줄었다.
그 결과 2022년 4조2500억원에 달하는 골프웨어 시장은 이듬해 3조7500억원으로 10% 넘게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조4500억원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추정된다.
눈에 띄는 점은 사업 종료를 결정한 브랜드 대부분이 중저가라는 점이다. 고가 브랜드는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골프를 즐기는 '진성 골퍼'를 핵심 고객으로 둔 만큼 타격이 덜했지만 주머니가 비교적 가벼운 MZ 골퍼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중저가 브랜드들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유통망이 넓지 않다는 점도 중저가 브랜드들의 사업 종료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저가 브랜드들은 대리점을 중심으로 영업하면서 물량을 풀 수 있는 유통 채널이 고가 브랜드 대비 적다. 고가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과 아웃렛, 온라인 등으로 판로가 다양한데, 중저가 브랜드는 그동안 온라인 투자 여력이 적었다. 여기에 제때 팔리지 않은 재고물량의 경우 할인 판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대리점들의 이익률이 크게 떨어져 문을 닫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중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골프가 붐을 일으키며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거품이 사라지면서 해당 골프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를 중심으로 기존 골프 유저들의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패션 업계에선 올해 철수를 결정한 브랜드가 속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보다 올해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어 골프 시장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골프복 업계 관계자는 "올해 겨울 시즌 제품들의 판매량이 좋지 못했다"며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2025년 봄, 여름 시즌 골프복들이 출시되는데, 판매 추이를 지켜보고 버티기 힘든 곳들부터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브랜드들은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며 고객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LF가 운영 중인 헤지스 골프와 닥스 골프는 디자인과 소재를 고급화해 프리미엄급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데상트골프는 퍼포먼스 중심의 제품을 선보이며 브랜드를 리뉴얼했고 르꼬끄 골프는 젊은 20~30대 골프인을 주력 고객으로 두고 캐주얼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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