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설을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명절테크'가 이어지고 있다. 명절테크는 '명절'과 '재테크'가 합쳐진 단어로, 회사 등에서 무료로 받은 선물 세트를 정가보다 싸게 되팔거나 구매해 이득을 보는 행위다. 판매자 입장에선 필요 없는 물건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구매자 입장에선 필요한 물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 다만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일부 사고 팔 수 없는 품목들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설 선물세트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 판매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스팸, 참치캔과 같은 가공식품이나 치약, 샴푸 등 생활용품 판매 글들이 많다. 서울 양천구 목2동의 한 판매자는 정가 6만9900원의 스팸 선물세트를 2만8000원에 내놨다. 뜯지도 않은 새 제품이지만 정가보다 약 60%, 인터넷 최저가인 3만4900원보다 약 20% 저렴하게 판매한 것이다. 이외에 조미료, 차 세트, 핸드크림 등 다양한 인기 설 선물들이 올라와 있으며, 가격은 대부분 2만~5만원대였다.

명절테크 확산에는 고물가와 중고거래 활성화가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8(2020=100)을 기록해 물가상승률이 2.3%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0.5%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나, 여전히 물가안정목표(2.0%)를 웃도는 수치다. 고물가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같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중고거래가 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중고거래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까지만 해도 4조 원에 불과했던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4조 원대로 6배 늘었다. 가파른 성장 속도로 인해 올해엔 43조 원까지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다만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없는 품목들이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홍삼,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은 당근마켓, 번개장터 두 곳에서만 중고 거래가 가능하다. 건기식은 당초 의약품과 함께 중고거래 금지 대표 품목이었지만 지난해 5월 8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중고거래가 시범 허용돼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에서는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명절만 되면 홍삼 판매 글이 올라오는 등 건기식 중고거래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국민 실생활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건기식은 미개봉 상태로 제품명과 표시사항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소비기한이 6개월 이상 남아야 거래할 수 있다. 또 해외 직구나 구매대행이 아닌 상품에 대해서만 중고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영리 목적의 무분별한 거래를 막기 위해 개인별 거래 가능 횟수는 연간 10회 이하, 금액은 누적 30만 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위스키를 포함한 주류 판매도 중고거래 시 주의해야 한다. 현행법상 주류 판매는 주류 판매업 면허를 소지한 사람만 할 수 있다. 이를 어기고 판매하다 적발되면 '무면허 주류 제조 및 판매 혐의'가 인정돼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온라인에서 의약품을 판매해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무료 나눔(수여)도 판매로 간주해 처벌 대상이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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