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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톡]메모리도 '딥시크 충격'…저성능 HBM 수요 커지나
    입력 2025.02.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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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적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추론용 AI 모델 ‘딥시크 R1’을 세상에 내놓은 지 약 열흘을 넘긴 1일, 세계 AI 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일 것이란 목소리가 가득하다. ‘고가의 AI 칩을 꼭 써야 하는가’라는 회의론이 확산되며, 그간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AI 칩을 애용했던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AI 모델 개발 동태가 급변할 가능성이 생겨서다.

이와 함께 AI 칩을 구동하는 데 꼭 필요로 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HBM은 AI 칩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옆에 붙어서 대규모 연산을 보조하는 핵심 부품이다. 연산을 할 때 단번에 많은 양의 정보가 처리될 수 있도록 이동 경로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HBM은 그간 AI 칩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진화를 거듭해 이젠 6세대인 HBM4의 등장을 목전에 뒀다.

하지만 딥시크로 인한 여파로 차후 저성능, 저가의 AI 칩의 수요가 높아지면 고객사들은 HBM 역시 고가, 고성능의 제품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HBM은 메모리 제품 중에서도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는 특성까지 감안하면, HBM에서 비용을 절약하고자 하는 기업들도 다수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왔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들로선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이유다.

HBM3 탑재 GPU 쓴 딥시크

세계가 딥시크의 AI 모델에 놀란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미국 오픈AI가 만든 챗GPT와 견줄 정도의 성능을 구현해내서다. 앞서 지난해 말 대형언어모델(LLM) ‘V3’를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만 들여 개발에 성공했던 딥시크는 이번에 R1을 만들어내는 데도 지갑을 크게 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對中) 규제 조치에 맞춰 시중 제품보다 성능을 낮춘 ‘H800’ 칩을 시간당 2달러에 두 달간 빌려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썼다는 게 외신들과 딥시크의 설명이다. H800을 가지고도 충분히 고성능 AI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이번에 딥시크가 몸소 보여준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앞으로 당분간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선 H800을 통한 AI 모델 학습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HBM의 수요도 이를 따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H800이 흥행하면 이에 따라 HBM 수요도 최신형보단 HBM3에 국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딥시크로 가능성을 확인한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HBM 등 AI 칩 관련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투자와 수입을 늘릴 수도 있다. 우리 업계 일각에선 이 흐름을 주목하고 중국 시장을 향한 문을 보다 넓게 개방하고 HBM 기술력에서 누구보다 앞선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반론도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딥시크에 따른 중국 반도체 시장의 상황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HBM3는 이미 중국 기업들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는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기업들의 HBM을 굳이 사서 쓸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HBM의 ‘고부가 가치’ 사라지나

저가의 AI 칩에 대한 수요 확대와 함께 HBM에 대한 시장의 요구 사양도 낮아지면, 그만큼 제품의 시세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HBM도 제품이 구형으로 밀리면 가격은 낮게 책정돼 팔린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이 올해 HBM4 등 신제품을 내놓으려 하는 등 개발의 속도는 차츰 빨라져 구형 제품들은 신형을 쓰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국가들을 위주로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딥시크의 개발 과정이 알려지고 구형 HBM에 대한 수요가 새롭게 생기게 되면 상황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HBM 전반의 가격대는 현재보단 낮게 재조정될 수 있다. 수요가 새롭게 생긴 구형 제품들은 가격이 오르고 그에 비해 수요가 줄어든 신형 제품들은 가격을 내리면서 평균가는 내려가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HBM의 가격대가 하락하면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좋지 않다. HBM은 메모리 제품 중에서도 가격이 높게 책정돼 수익률이 높은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우리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휘말려 D램의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는 악영향에도 우리 기업들이 어느 정도 호실적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이 바로 HBM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HBM의 시중 가격이 하락하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진다.

이와는 반대로 신형, 구형을 막론하고 HBM 시장 전역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딥시크의 충격파로 전 세계 AI 시장이 엔비디아에 억눌렸던 환경에서 벗어나 AI 모델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HBM을 쓰는 비율이 전체적으로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9일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로 인한 AI 시장 변화에 대해 "AI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해진다"며 "우리는 그것이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HBM을 비롯해 칩을 만들 때 필요한 부속품들의 수요는 더욱 강력해져, 자사는 물론이고 많은 기업들에 새 활로가 열릴 것이란 취지였다.

위기·기회 혼재, 美행보 예의주시

딥시크 출연에 따른 메모리 시장 동향에 대해 외신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명확한 전망을 내놓진 않았다. 우리 업계를 비롯해 대부분 미국의 동태를 살핀 뒤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현재 알려져 있는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 과정에는 다소 의문점이 있고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외신들은 딥시크가 H800이 아니라, 보다 최신형 AI 칩인 H100 또는 H20을 썼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번에 알려진 R1 개발 정보가 과대하게 포장됐을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불법적이고 부당한 방법을 썼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시작됐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오픈AI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도용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양사는 중국의 기관들이 ‘증류’라는 기술적 과정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빼내려 시도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류는 개발하고자 하는 AI 모델이 다른 모델의 출력 결과를 훈련 목적으로 사용하고 유사한 기능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미국 백악관도 딥시크의 AI 모델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고 미국 하원은 딥시크의 AI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기술들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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