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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해소' 삼성그룹, 콘트롤타워 부활하나
    입력 2025.02.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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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로 이 회장의 법적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되고 경영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그룹 차원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타워 재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미전실)은 2010년에 출범해 2017년 2월에 해체됐다. 해체 이후 명확한 컨트롤타워 없이 각 계열사 중심의 자율적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미전실은 삼성그룹의 전략 수립, 계열사 간 조율, 정부 대관 업무 등을 총괄했다. 이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이 그룹의 실질적인 중심 역할을 했지만, 그룹 차원의 전략적 조율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역시 내부 통제를 담당했지만, 이 조직은 법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조직일 뿐 실질적인 경영 전략 수립 기능은 없었다.

향후 삼성그룹이 콘트롤타워를 재건한다면 과거의 미전실과 같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조직이 아닌, 투명성과 법적 책임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핵심 관리 조직의 등장 가능성이 높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또는 경영전략실과 같은 분산형 컨트롤타워 형태가 검토되고 있으며, 이사회 중심의 전략 조율 구조를 통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적인 경영을 도모할 수도 있다.

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면 여러 장점과 우려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조율이 강화되어 빠른 의사결정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성장 전략 수립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려점도 존재한다. 중앙집권적 구조가 강화될 경우, 과거와 같은 권력 집중과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부와의 유착 의혹 등 과거 문제의 재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컨트롤타워 수장으로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일각에선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상황에서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 팀장은 과거 미래전략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재 사업지원TF를 이끌며 그룹 내 전략적 조율과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새로운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과거 미전실 시절의 권력 집중 문제와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도 받는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계열사별 통합 가능성 제기‥미전실 역할 하면서도 투명·분산형 구조

삼성그룹이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타워를 재건한다면, 각 계열사의 핵심 전략 부서들이 통합되거나 긴밀하게 협조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미래전략실이 했던 역할을 대신하면서도 투명성과 분산형 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 그러나 사업부별로 흩어진 TF를 하나로 통합할 경우, 과거 미래전략실처럼 권력 집중 및 불투명한 의사결정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과거 미래전략실은 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전략을 총괄하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는데, 이러한 구조가 다시 형성될 경우 계열사 간 자율성이 약화하고, 경영 투명성에 대한 외부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사업부별 TF가 그룹 차원의 단일 조직으로 통합되면, 그룹 내 권력 집중이 심화해 빠른 의사결정은 가능하겠지만, 내부 견제와 균형이 약화할 위험이 있다. 이는 과거 미전실 시절의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룹의 전반적인 기술 및 사업 전략을 주도할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부인 DS 부문이 핵심 수익원으로서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시장 전략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마케팅센터가 글로벌 브랜드 전략과 시장 확대를 위해 컨트롤타워와 협업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주요 계열사로서 재무전략실을 통해 지배구조 안정화와 자산 관리 전략을 조율할 수 있으며, 리스크관리본부는 그룹 차원의 금융 리스크 관리 및 대응 전략을 담당할 수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사업개발팀이 건설 및 상사 부문의 글로벌 프로젝트 전략 수립에 컨트롤타워와 긴밀히 협력할 것으로 예상되며, 리조트부문 전략팀은 그룹 차원의 부동산 및 복합 개발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기술혁신센터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및 전자 부품 기술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삼성전자의 DS부문과 협력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글로벌 영업본부는 해외 시장 확대와 관련된 전략적 의사결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사업전략실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의 성장 전략과 글로벌 진출 계획을 그룹 차원의 전략과 연계할 수 있으며, R&D센터는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 전략을 삼성그룹의 전체 기술 혁신 전략과 통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구성을 바탕으로, 삼성그룹의 새로운 컨트롤타워는 과거보다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목표로 하면서도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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