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의 딥시크가 전 세계 AI업계에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 가성비 전쟁을 일으켰다. 국내에선 LG가 딥시크보다 싼값으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데 이어, 카카오도 AI 모델개발 비용 효율화 계획에 착수했다. 해외에서는 구글과 유럽판 ‘오픈AI’라 불리는 미스트랄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AI 모델을 선보였다.
LG AI연구원은 LG 계열사 전 임직원이 쓰고 있는 대상으로 개발된 AI 모델인 ‘엑사원 3.5’ 32B 모델에 투입한 비용이 약 7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딥시크가 ‘V3’ 모델 개발에 투입한 비용인 총 557만달러(80억6758만원)보다 적다. 엑사원 3.5는 딥시크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 AI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거대언어모델(LLM) 평가 ‘오픈 LLM 리더보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성능을 인정받았다. 직장인 특화 AI 모델인 만큼 A4용지 100쪽 분량의 장문을 한번에 처리하고, 직군별 맞춤형 프롬프트 추천이나 복잡한 데이터 분석 같은 기능도 제공한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6일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 간담회’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을 4개월간 투입했다"며 "딥시크가 저비용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요소로 꼽히는 전문가혼합(MoE) 기법이 사용됐다"고 개발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조만간 딥시크 ‘R1’ 수준의 AI 모델을 선보이고 오픈소스를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올해 AI 브랜드 ‘카나나’ 출시를 앞둔 카카오도 비용 효율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병학 카카오 부사장도 간담회에서 "‘카나나’를 언어모델 크기에 따라 ‘나노·에센스·플래그’ 버전으로 나눠서 만들고 있는데, 딥시크을 보고 나서 ‘저비용 고성능’ 방향으로 어떻게 개발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우리도 따라갈 수 있고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사양 GPU를 활용해 AI 개발비를 줄이려는 스타트업도 있다. AI 인프라 솔루션 기업 ‘모레’는 엔비디아의 하이엔드 GPU인 ‘H100’ 없이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강원 모레 대표는 "우리 회사가 보유한 엔비디아 GPU는 1~2개뿐"이라며 "고성능 GPU도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엔비디아도 결국은 외국 기업인 만큼 대안적 반도체를 도입하고 컴퓨팅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빅테크도 AI 개발비 효율화 경쟁에 주도권을 잡으려 뛰어들었다. 구글은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한 AI 모델 중 하나인 ‘제미나이2.0 플래시라이트’에 대해 "가장 비용 효율적인 모델"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오픈AI는 지난달 말 추론형 소형 모델 ‘o3 미니’를 선보였다.
유럽판 ‘챗GPT’로 불리는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도 자체 챗봇 ‘르 샤’의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공동창업자 아르튀르 멘슈는 "우리는 딥시크보다 더 효율적으로 모델을 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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