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와 수익화'. 연 매출 10조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네이버의 올해 과제다.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다음 달 26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창업자의 복귀로 AI 분야에서도 수익을 내며 네이버가 고속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창업자는 복귀 이후 우선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고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2023년 한국에 특화된 생성형 AI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내놨지만, 챗GPT(오픈AI) 등 글로벌 기업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 세계 AI 패러다임을 생성형 AI가 이끌고 있지만, 이 영역에서 네이버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뒤처져 있었다.
이 창업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AI 소버린(주권)’에 대해서는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오픈 AI와 손잡은 카카오처럼 외부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하려는 한국 기업들과는 다른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딥시크가 ‘가성비 AI’ 경쟁을 촉발하면서 적은 자본으로도 성능 좋은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만큼, 네이버도 알고리즘 개편을 통해 하이퍼클로바X를 포함한 ‘한국형 LLM’ 성능을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는 올해부터 서비스 전반에 온서비스 AI 전력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I를 쇼핑이나 검색 서비스에 접목하는 데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별도 앱으로 출시 예정인 개인 맞춤형 쇼핑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AI를 활용, 맞춤형 상품 추천을 강화한다. 이용자별 상품 추천 이유를 분석하고 점수로 시각화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식이다.
네이버 앱을 중심으로 한 검색·쇼핑·광고·커뮤니티와 클로바노트·치지직 등 각종 서비스에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탑재해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중동, 아세안 지역 등 자체 AI 모델을 갖지 못한 국가로 수출할 기회도 얻게 된다.
네이버는 인텔과 협력해 AI 반도체 ‘가우디2’를 개발, AI 기술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가우디2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의 성능을 능가한다는 분석 결과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이 창업자는 과거 후발주자였던 네이버를 국내 검색엔진 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려놓은 경험이 있다. IT업계에서는 그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경영 최일선에 복귀하면 글로벌 AI 시장에서 네이버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7일 이 창업자의 복귀 공시와 함께 오전 9시 기준 네이버 주가는 23만5000원까지 올라갔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네이버 주가는 20만원이 채 안 됐다.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7월의 46만원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매출 실적은 좋았지만, 주가가 오르지 못했던 건 네이버의 AI 경쟁력이 뒤처졌다는 시장의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창업자의 복귀 소식과 함께 네이버의 주가도 서서히 오르고 있다.
이 창업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후 GIO로 자리를 옮겼다. GIO 시절 그는 미국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투자 등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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