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류의 영향으로 미용·성형 분야가 한국 의료관광의 핵심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K팝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문화가 주목받으면서 한국식 미용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8일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의료관광현황'을 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의 의료 소비액은 1조3032억원에 달한다. 2019년 4085억원이었던 의료 소비액은 코로나19 시기 주춤했다가 2022년 약 2706억원, 2023년 5896억원으로 점차 늘어났다.
특히 미용·성형 분야가 외국인 의료비 지출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최근 3년(2021~2023년) 외국인 의료 소비액 진료과목별 비율은 ▲성형외과 37.65% ▲피부과 17.13% 순으로 지출액 절반 이상이 미용·성형 분야였다.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 환자의 비율도 높다. 지난 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2023년 외국인 환자 한국 의료 이용 경험 및 만족도 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2023년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외국인 환자 1500명 중 287명(19.1%, 중복응답)이 성형외과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과통합(381명, 25.4%)과 검진센터(331명, 22.1%)에 이은 3위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5명 중 1명이 성형외과를 찾은 셈이다.
보고서는 "한류 등의 영향으로 성형 및 미용에 대한 목적의식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의료를 선택할 때 한국 문화 경험이 영향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1.3%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동남아(70.8%), 중동(70.2%) 출신 환자들의 경우 10명 중 7명 이상이 한국 문화가 한국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현재 외국인 미용성형 의료 관광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사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미용성형 부가세 환급 건수는 41만3276건으로 2022년(5만255건), 2023년(38만3665건)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는 2027년까지 한국에서 진료를 보는 외국인 환자 수를 7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에 체류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의 소비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2023년 한국 의료를 이용한 외국인 환자들은 국내에서 의료비 포함 평균 8910.9달러(약 1300만원)를 지출했다.
앞으로 의료관광객 유치에 성공을 거두려면 비자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관광 주요국으로 꼽히는 태국은 2022년부터 외국인 환자 본인과 동반 가족 3명에게 1년 의료관광 비자를 제공하는 등 의료관광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렴한 의료비용과 풍부한 관광 인프라는 태국의 장점이다. 싱가포르에선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별도의 비자를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의료관광비자(C-3-3)에 90일 미만 기간이 대부분이며, 1년 이내 체류가 가능한 치료요양비자(G-1-10) 발급은 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용·성형에 치우친 의료관광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필수의료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은 의료관광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성형외과 의사들은 수입이 높은 반면, 산부인과나 응급의학과 같은 필수 의료 분야에선 의사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수준의 존중이나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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