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예비 신랑이 바빠서 홀로 아침 8시부터 오픈런했는데, 대기 번호 30번 받았습니다".
"오픈런 뚫고 들어가 수천만원 썼는데 종이 쪼가리만 들고나왔네요, 3개월은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 제일 싸다고 하잖아요."
연초부터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과 금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앞둔 명품 매장은 연일 문을 열기 전부터 방문객들이 장사진을 쳤다. 명품 가격 인상 전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소비자들이 매장으로 몰려들려면서다. 하지만 명품 브랜들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9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4일)를 시작으로 티파니(5일), 부쉐론(6일) 등이 이달초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달 명품 브랜드는 가방과 의류 등부터 가격을 인상했고, 이달 들어 백화점에 입점한 명품 주얼리 브랜드 대부분이 하루걸러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이번주 가격 인상을 예고한 브랜드들도 있다. 이탈리아 명품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는 10일 제품 가격을 평균 9% 올릴 예정이고,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프레드는 오는 17일 가격을 최대 10%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1월 일부 가방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주얼리 제품 인상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얼리 제품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브랜드들은 코로나19 당시 볼 수 있었던 오픈런을 재현하기도 했다. 이는 가방보다 실용성과 활용도가 높은 주얼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5월 이후 웨딩 시즌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예물 구매 수요도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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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가격 인상일(5일) 전날인 4일까지 까르띠에 매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전 품목의 가격을 5~6%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품 구매에 나선 소비자들이 급증한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점포별 대기 번호를 공유며 입장이 마감됐다는 소식과 제품 재고 현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매장에 제품 재고가 충분하지 않아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의 제품을 구매하면서도 원하는 제품의 사이즈를 착용해 보지 못한 채 구매해야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 이유로 환율과 원자잿값 상승을 꼽고있다. 지난 연말 비상계엄 등의 이유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인건비와 물류비가 올랐고, 금과 가죽 등 모든 원재료의 값이 비싸졌다는 것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금 가격은 최근 1년간 44%가량 급등했다.
문제는 명품 브랜드들이 4~6개월을 주기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얼리 브랜드들의 인상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부담을 더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과거 명품 브랜드들은 1년에 한 번 가격을 올리는 모습이었지만, 최근에는 예물 구매가 많아지는 2~3월을 앞두고 브랜드들이 가격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결혼반지로 인기 있는 까르띠에의 러브링(스몰)은 17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인상됐고, 다이아 1개가 박힌 러브링(스몰)은 339만원에서 360만원으로 올랐다. 트리니티링은 204만원에서 217만원으로 13만원 인상됐다.
다음달에는 시계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IWC는 지난해 7월 가격 인상에 이어 8개월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전 품목을 대상으로 평균 8%대로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해진다. 시계, 주얼리 브랜드인 쇼파드도 이달 내지 다음달 중으로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에는 샤넬과 시계 브랜드 브레게와 블랑팡이 가격을 인상했고, 5월에는 피아제, 반클리프아펠, 7월에는 오메가가 가격을 인상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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