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몸'을 얻은 인공지능(AI)은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주도로 '물리적(Physical) AI'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사람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Humanoid)'가 현실화하고 있다.
딥시크(DeepSeek)는 현재 사용되는 대형언어모델(LLM)보다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젠슨 황은 여기에 '물리적 AI'라는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로봇을 위한 챗GPT의 모멘트가 다가오고 있다. AI의 다음 개척지는 물리적 AI"라고 밝힌 것이다.
물리적 AI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물리적 기기에 탑재되는 AI다. 물리적 형태를 갖춘 디바이스(기기)에 AI가 이식돼 외부와 소통하면서 데이터를 생성·축적해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한다. 기기 자체가 AI처럼 기능하는 최종 진화형 AI인 셈이다.
휴머노이드는 로봇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된 카렐 차펙의 희곡부터 각종 공상과학(SF) 작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미래 기술의 상징'과 같다. 수많은 과학자가 인간과 닮은(Humanoid)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보행이나 손동작, 실제 사람과 같은 기민한 움직임을 재현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개발하더라도 실용성이 떨어져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력을 과시하는 용도로만 활용됐다. 일본의 아시모나 한국의 휴보도 기술이 이만큼 왔다는 사실을 보여준 점에서는 기념비적이었지만, 실용적 용도를 찾기는 어려웠다. 일본에서는 요양 환자 보조에 로봇을 투입하기도 했으나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생성형 AI 기술 발전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연구실에서 프로토타입으로만 존재하던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가 급진전한 것이다. 걷고 제한적인 작업만 가능했던 1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형언어모델(LLM)'과 인간이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동일하게 학습하는 '대형멀티모달(LMM)'을 통해 사람의 행동을 따라 배우고, 소통하며, 보다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2세대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은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로봇이 물리적 AI의 중심에 있으며, 2~3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AI 훈련을 통해 획기적으로 발전, 미래에는 마치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처럼 휴머노이드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가 로봇이라는 몸을 얻으면서 비로소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완성체가 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체로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므로, 자율주행 로봇처럼 길 턱을 없애는 등 별도의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지 않다. 사람에게 맞게 조성된 작업 환경에 그대로 투입하면 된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 베이비붐 숙련 노동자 세대의 은퇴 등 지구촌 전반의 사회구조적 변화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다. 미국의 경우 트럭 운전사, 교사, 간호사, 비행기 조종사 등 특정 직업군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14억 인구의 중국도 농촌과 공장, 요양시설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식량자급률과 공장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노동자를 대신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주도하는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GDP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특히 북미지역은 60%가 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이곳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더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가파른 성장이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휴머노이드 로봇의 글로벌 시장이 2035년까지 380억달러(약 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인공지능 로봇의 부상'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6억4800만대, 7조달러(약 1경 129조원)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가 209만3000대였으나, 2029년에는 1329만5000대로 6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종류는 50가지가 넘는다. 그 기능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즈위안로봇(중국)의 아기봇(Agibot)은 바느질을 할 수 있고, 유니트리(중국)의 H1은 초속 3.3m의 속도로 움직이며 춤을 출 수 있으며, 보스턴 다이내믹스(미국)의 아틀라스는 백플립과 파쿠르가 가능하다. 24시간 이내에 복잡한 작업을 학습하는 생츄어리 AI(캐나다)의 피닉스 7세대, 스스로 접어서 찬장에 넣을 수 있는 유니트리의 G1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격 하락도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대당 가격은 2022년 25만달러(약 3억6200만원)에서 2023년 15만달러(약 2억1700만원)로 40%나 떨어졌다. 호주의 투자은행 맥쿼리는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절감과 규모의 경제로 변해가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당 가격은 올해 7만4000달러(약 1억7000만원)까지 하락하고, 2035년에는 2만2000달러(약 3180만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의 가격대가 2만5000달러(약 3620만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미국 최저임금인 7.25달러(약 1만5000원)를 기준으로 36주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쓰는데 전혀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김범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범용성 휴머노이드연구실(HuGe, Humanoid Generalization)'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이 하는 모든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 아직은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보지만, 상용화 시기가 곧 닥쳐올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은 지금도 추세를 잘 따라가고 있다. 나름의 기술도 확보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이 조금만 더 이뤄지면 미국이나 중국도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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