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본 웹툰의 미래는 아직 밝습니다. 아직 성숙기가 아니라 성장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죠. 저만 해도 한 웹툰의 월 매출이 1억엔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보고 웹툰 업계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고바야시 타쿠야, 스튜디오 넘버나인 대표)
12일 오후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의 스튜디오 넘버나인 사옥에서 만난 고바야시 대표는 일본 웹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이렇게 평가했다. 일찍이 웹툰 시장이 형성돼 이미 어느 정도 완숙기에 접어든 한국과 달리, 일본 시장의 성장성은 아직도 크다는 의미다.
스튜디오 넘버나인은 일본 도쿄에서 설립된 웹툰 제작 전문 스튜디오다. 단행본과 같이 인쇄물로 나오는 만화가 주류인 일본에서 웹툰을 자체 제작한다. 이곳은 원래 인쇄물로 나온 만화를 디지털화해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도록 유통만 하던 곳이었는데, 웹툰 시장에 뛰어들면서 제작까지 손을 뻗쳤다. 최근 라인망가의 운영사인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DF)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곳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대표 웹툰은 '신혈의 구세주'와 '나만 최강 초월자'. 두 작품 모두 스토리 구상부터 작화, 채색까지 일본인 크리에이터들이 담당한다. 이 중에서도 대표작인 신혈의 구세주가 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지난해 라인망가 연간 톱10에 들었다. 이 작품의 지난달 월간 매출은 약 1억2000만엔(약 11억3000만원)에 달한다.
스튜디오 넘버나인이 웹툰 제작에 뛰어든 건 일본 웹툰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으로 꼽혀서다. 일본 만화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쇄물 시장은 이미 대형 출판사가 장악한 상황. 하지만 웹툰은 현지에서도 신흥 시장으로 분류된다. 스튜디오 넘버나인도 웹툰 제작에 뛰어든 뒤 신혈의 구세주라는 히트작을 배출하면서 사세를 늘렸다.
이곳이 현지 웹툰 스튜디오임에도 히트작을 배출할 수 있었던 건 한국 웹툰의 문법을 철저히 익힌 덕분이다. 신혈의 구세주 담당 편집자인 히로유키 엔도 씨는 "웹툰 편집 업무는 처음이었는데, 작업 시작 전 한국 웹툰을 200여편 가까이 감상했다"면서 "지금도 한국 신작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 작가인 에토 슌지 씨도 "한국 인기 웹툰을 기절할 때까지 읽었다"면서 "우리의 작품에 한국 웹툰의 요소를 녹이면 독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믿고 제작했다"고 전했다.
입점 플랫폼으로 라인망가(네이버 웹툰의 한국어 서비스)를 고른 이유는 이용자 수가 많은 데 더해 글로벌 진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혈의 구세주와 나만 최강 초월자 모두 한국어로 번역돼 네이버 웹툰에서도 연재되고 있다. 관계사인 라인이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꼽혀 이용자 수가 많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스튜디오 구성원들은 일본 웹툰 시장이 커진 데는 라인망가를 비롯한 한국 플랫폼들이 크게 기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고바야시 대표는 "리인망가와 픽코마라는 일본 양강 웹툰 플랫폼이 서로 좋은 의미의 경쟁을 하면서 웹툰 업계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웹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아직도 크다. 웹툰 기반 애니메이션처럼 영상화를 통해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을 수 있어서다. 고바야시 대표는 "작품을 애니메이션화 한다면 더 큰 터닝포인트가 올 것"이라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성공을 거두면서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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