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최근 출장으로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이색적으로 느꼈던 건 다름 아닌 ‘커피포트’였다. 약 일주일간 머문 호텔 방에 ‘커피포트’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느 호텔에서도 방에는 다양한 티백(Tea bag)과 함께 뜨거운 물을 끓일 수 있는 커피포트가 있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라스베이거스 호텔뿐 아니라 미국에 있는 호텔은 다 그랬다고 했다.
교묘한 ‘상술’의 결과물로 봐야 할까. 미국은 관광객들이 방에서 혼자서 커피를 타 먹기를 원치 않는다. 달러가 들어있는 지갑을 들고 방을 나와 호텔 로비나 외부에 있는 카페로 가서 돈 주고 사서 마시기를 바란다고 한다. ‘상술’은 기자에게도 통해 결국 방을 나와 호텔 1층에 있는 카페를 찾아 커피를 샀다.
이런 상술은 커피뿐 아니다. 식당에선 고기를 짜게 요리해서 줬다. 주변에선 "코카콜라를 주문해 먹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그럼으로 해서 미국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는 큰 그림의 일환"이라고도 했다.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일화는 관세를 무자비하게 때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보며 다시 떠올랐다. 미국은 자국은 물론이고 국제 사회에서도 치밀한 계산과 이해관계 형성을 통해 국익에 맞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나라다.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으로 누구보다도 이해타산적인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관세를 적용하는 그는 그 자체로 ‘오리지널 아메리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트럼프 관세정책에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다. 미국에선 무역수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국의 정당한 이익을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등 당하는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으름장이다. 더 심하게는 "폭력에 가깝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상술의 나라인 미국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관세 역시 상술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관세는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미끼’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이를 확신으로 바꾼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가 관세를 발표한 후 원하는 것을 듣고 이야기하기 위한 협상에 나설 여지가 크다"고 했다. 트럼프는 최근 관세에 대한 주요 발표를 한 후 ‘데드라인’을 덧붙였다. 이 날짜 전까지 나에게 와서 설득을 한번 해보라는 식이다. 협상 테이블을 앉히기 전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고도의 전략’으로 볼 여지가 큰 것이다.
우리도 트럼프 관세 리스크 사정권에 있다. 미국에 많이 수출하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해 높은 비율의 관세가 붙을 가능성이 생겼다. 위기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선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과연 우린 ‘대화의 기술’이 준비돼 있는가. 기가 막힌 협상, 외교력이 절실한 때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