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인공지능(AI) 분야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차세대 전력 제품들에 대한 기술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일렉스 코리아(Elecs Korea) 2025'에선 전력 슈퍼사이클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기업들의 포부가 여실히 드러났다.
13일 오후 코엑스 1층 A홀에 들어서자 줄지어 늘어선 '부스 숲'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린 인파로 채워져 있었다. 일렉스 코리아는 국내 최대의 전력·전기 산업 전문 국제전시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전기산업진흥회가 주관하며 전력기기 업체 250곳이 참가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스는 LS일렉트릭.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450㎡)를 자랑하는 전시 공간에는 '고객을 향한 무한 혁신과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로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탄소제로에너지 ▲스마트팩토리 등 5가지 주제에 맞춰 차세대 스마트 전력 사업을 이끌어 갈 전략 솔루션과 글로벌 사업 전략들이 펼쳐졌다. LS일렉트릭은 ▲초전도 전류제한기 ▲스마트배전반 ▲반도체 변압기(SST) ▲반도체 차단기(SSCB) ▲공조시스템 등 차세대 솔루션 기반의 데이터센터 맞춤형 패키지를 전면 배치한다. 기존의 데이터센터는 물론,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에도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초전도 솔루션 '하이퍼그리드 NX'가 소개됐다.
LS일렉트릭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퍼그리드 NX는 초전도 전류제한기(SFCL)과 초전도 케이블(SC)을 통합시켜 대용량 전력망을 구성하면서도, 고장 전류로 인한 정전 및 화재 위험을 최소화한다. 초전도체 특성을 이용해 정상 전류에선 송·배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사고 전류가 발생할 경우 저항체로 변화해 즉각 고장 전류를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화면에서 기업 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문제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도 안내받을 수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엔비디아에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제공 중인 업체 버티브도 함께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발전으로 데이터 처리장치의 발열 문제가 대두되면서 냉각 솔루션 기술도 함께 떠오르는 추세라고 한다.
바로 옆 효성중공업 부스에선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AI'가 메인 키워드로 등장했다. 효성중공업은 ▲AI 기반으로 전력 설비를 모니터링하는 '아모르플러스(ARMOUR+)'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력기기 검사 시스템 'AR 기반 비전검사 장비' ▲200㎿급 전압형 초고압 직류 송전 시스템(HVDC) ▲신재생에너지 발전, 데이터센터 등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돕는 STATCOM(정지형 무효 전력 보상장치) 등 AI 시대에 맞춘 전력 기술을 선보였다.
앞서 효성중공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자산관리시스템 아모르와 한국전력공사의 예방진단시스템(SEDA)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ARPS를 지난해에 출시했고, 이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아모르플러스는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으로, 확장성을 기반으로 스마트 에너지 관리부터 데이터센터·빌딩·철도 등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이다.
국내 대표 전선기업 대한전선의 부스에선 ▲HVDC 시스템 ▲노후 송전망 교체 솔루션 ▲해상풍력 솔루션을 만나볼 수 있었다. 대한전선은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용 CLV(Cable Laying Vessel) 포설선 '팔로스'를 토대로 전력 인프라의 필수 요소가 되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6200t급 포설선 팔로스는 해저케이블을 최대 4400t 적재할 수 있고, DP2(Dynamic Positon) 시스템을 탑재해 케이블의 위치를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즐비하게 늘어선 부스에선 기업들이 개발 중인 기술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미팅도 활발히 이뤄졌다. 해외 바이어와 미팅을 마쳤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일렉스 코리아는 신규 고객사를 상대로 기업을 홍보하고 수출 판로를 마련하는 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전시장을 둘러본 뒤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호황을 맞은 중전기기 산업이 수출을 견인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투자 등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업계의 올해 수출 목표를 역대 최대인 162억달러로 설정하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는 지난해 60GW 수준에서 2030년 171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22% 안팎의 가파른 성장세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용량 수요는 2030년까지 전체 데이터센터 수요의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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