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구글이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 뛰어들었다. 다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뛰어든 상황에서도 구글은 휴머노이드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미국 로봇 개발업체 앱트로닉에 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참전을 선언한 것이다.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앱트로닉은 13일(현지시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규모를 늘리려고 3억5000만달러(508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제프 카르데나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펀딩 라운드는 B캐피털과 캐피털팩토리가 공동으로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앱트로닉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자로 꼽힌다. 테슬라의 '옵티머스'처럼 앱트로닉도 현재 '아폴로'라는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중이다.
구글의 투자로 주요 빅테크 간 본격적인 로봇개발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조직인 딥마인드는 앱트로닉과 로봇 기술을 구동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앱트로닉은 이번 신규 투자를 통해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구글은 과거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가 매각하는 등 로봇 분야에 투자해왔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5년까지 3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라는 로봇을 개발해 올해 안에 자체 공장에 배치한다. 연내 최대 1만대의 옵티머스 로봇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생산 로봇은 테슬라 공장에 우선 투입한 다음, 차체 프레임 운반 등 단순 반복 노동을 대체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기업들을 상대로 외부 판매를 시작한다. '옵티머스 2'도 출시해 매년 10배씩 생산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테슬라는 최근 옵티머스의 대량생산을 위해 관련 부품사에 부품 점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에서 로봇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현실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을 발표했다. 그는 "로봇을 위한 챗GPT의 모멘트가 다가오고 있다"며 챗GPT가 AI 시대를 개막한 것처럼 로봇을 중심으로 한 물리적 AI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 밖에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아마존, 엔비디아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에 투자한 바 있다. 국내 기업인 LG이노텍과 삼성 투자 조직도 피규어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규어는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2021년 만든 회사다.
우리나라도 로봇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과 LG도 최근 로봇기업을 잇달아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데이터 확보 등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인간 중심 로봇의 현황 및 사회적 수용도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인간 중심 로봇은 실제 환경에서 인간과 상호 작용한 경험이 필수적이어서 대량의 학습 데이터 수집이 요구되지만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로봇 연구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구축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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