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에서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설치된 중고 휴대폰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른바 '틱톡금지법'의 여파로 틱톡 애플리케이션(앱)을 새로 설치할 수 없게 되자, 앱이 이미 설치돼있는 중고 휴대폰을 찾는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틱톡폰'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과 함께 보안 위험에 대한 우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5일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에서 'Tiktok phone'을 검색하면 약 240건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일부 판매자는 해당 사이트를 통해 틱톡이 설치된 아이폰 14 플러스를 7100만원, 아이폰 16 프로를 7000만원, 갤럭시 A6를 3700만원 등에 내놨다.
영국 BBC는 "이베이·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등에서 틱톡이 설치된 중고 휴대폰이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일부 판매자는 신차 구입 비용과 비슷한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틱톡이 설치된 중고폰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미국의 '틱톡 금지법'과 연관 있다. 앞서 미국 연방의회는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미국인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해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4월 '틱톡 금지법'을 제정했다.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권을 미국 내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 신규 다운로드 등을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았고, 법 시행을 앞둔 지난달 18일 틱톡 앱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중단했다. 당시 틱톡에 접속하면 "틱톡 금지법 시행으로 당분간 미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표시되기도 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틱톡 금지를 75일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현재 서비스는 정상화됐다. 다만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틱톡 앱을 새롭게 다운로드받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틱톡은 1억7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인기 플랫폼이다. 신규 다운로드가 불가능해지자 일부 이용자들이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틱톡이 설치된 중고 휴대폰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인터넷을 연구하는 라이언 맥그래디 교수는 BBC를 통해 "틱톡을 단순히 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사람들은 온라인 서비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갑자기 서비스가 사라지면 절박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고폰을 구매하는 것이 심각한 보안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맥그래디 교수는 "초기화되지 않은 중고폰을 판매하는 것은 해커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라며 "중고폰에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내재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틱톡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다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틱톡 측은 "자사 웹사이트에서 패키지 파일(APK)을 통해 앱을 제공함으로써 미국 내 플랫폼 제한을 우회하려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즉,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선 여전히 다운로드할 수 없지만,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원한다면 APK 파일을 통해 직접 앱을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애플은 외부 앱 설치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웹브라우저를 통해 틱톡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에 애플 사용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아이폰에서 틱톡을 언제 다시 내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며 "법적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는 다운로드 허용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했다. 이어 "틱톡의 인수 과정이 마무리돼야만 해결될 문제인데,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틱톡 인수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틱톡이 조기 정상화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부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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