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기업들의 경제 심리 위축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물가 불안에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수출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내수·수출 이중고가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3월 BSI 전망치는 90.8을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 경기', 그보다 낮으면 '부정 경기'를 전망한다는 뜻이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 99.1을 기록한 뒤 3년 연속 기준선을 밑돌면서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을 경신했다. 올해 1~3월 BSI 전망치를 묶어 1분기 BSI 전망치로 전환하면 87.5로,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1분기 64.7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업종별 3월 경기전망은 제조업(95.1)과 비제조업(86.3)의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제조업 BSI(95.1)는 지난해 4월(98.4)부터 1년 연속, 비제조업 BSI(86.3)는 올해 1월(84.9)부터 3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제조업 세부 업종 10개 중에서는 반도체 장비 등이 포함된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0.5)와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 및 통신장비(105.6)가 긍정 전망을 보였다.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비금속 소재 및 제품(108.3) 또한 업황 개선이 전망된다.
반면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73.3)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88.2)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89.7) ▲식음료 및 담배(94.7) ▲석유정제 및 화학(96.3)은 기준선 아래를 맴돌았다. 한경협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예상되는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부정적 심리가 우세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철강을 포함한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기준선을 하회하고 있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 7개는 ▲정보통신(66.7) ▲전기·가스·수도(70.6) ▲운수 및 창고(73.9) ▲건설(81.0) 등에서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특히 건설 BSI는 2022년 9월(102.7) 이후 2년 6개월 연속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건설투자 침체 장기화가 소비 심리 위축과 맞물리면서 국내 내수시장의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소비·투자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물가 불안, 대외 불확실성 고조 등으로 내수·수출의 이중고가 우려된다"며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범위 확대(대기업 포함) 등 국내 투자를 촉진하는 내수 진작책과 함께 관세 등 통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민관 공동 협력 체계를 긴밀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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