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독일 반도체 기업 머크(Merck)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연구개발(R&D) 및 생산 허브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인공지능(AI) 칩에 활용되는 차세대 소재 사업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과제에 대한 대응 계획도 내놨다.

아난드 남비어 머크 수석 부사장 겸 최고상업책임자(CCO)는 20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는 반도체 생산능력의 80%를 차지한다"며 "특히 한국·대만 등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주요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난 몇 년간 잃어버린 지배력을 되찾으려 하며, 인도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초창기 기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는 '올해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 구체적으로 어떤 협업을 구상하고 있는지' 묻는 말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고객사와 긴밀한 협력 없이는 머크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성공하기 어렵다"며 "양사와 아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357년 역사를 지닌 머크는 1898년 한국에 처음 투자를 시작한 뒤 36년간 반도체를 중심으로 일렉트로닉스 부문 핵심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하반기엔 안성에 스핀온절연막(SOD) 어플리케이션 센터를 열고 음성 사업장에 신제품 라인을 투자했다. 올해는 박막 소재와 특수가스에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설투자(캐펙스)를 집행하는 등 생산 허브를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머크는 2021년 '2025년까지 한국에 6억유로(약 86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비롯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남비어 수석부사장은 이에 대해 "AI 시장이 1조달러를 향해가면서 추가 투자를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AI 분야는 많은 수요가 있지만, 비(非) AI 분야에선 불확실성이 있어 각국 시장의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머크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한국을 R&D 및 생산 측면에서의 핵심 허브로 생각한다"며 "현지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머크는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AI 기반의 소재 솔루션과 디지털화 역량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머티리얼즈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통해 공정 미세화의 핵심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고밀도 메모리,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지원 기술을 위한 새로운 소재 솔루션을 개발한다고 설명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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