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1월 20일 '딥시크 R1’을 발표해 전 세계 AI 산업에 돌풍을 몰고 온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여전히 딥시크 충격은 계속되고 있다. 딥시크 충격은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의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에서 챗 GPT를 누르고 무료 다운 1위를 차지함으로써 시작됐으며, 더구나 딥시크는 오픈 AI의 챗 GPT와 버금가는 성능을 보이면서도 개발비용이 챗 GPT의 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 공개됨으로써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AI 투자의 과도한 거품 문제가 제기됐으며, 그 여파로 1월 27일 AI 칩 관련주들의 대폭락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공개된 개발비용이 실제 비용보다 많이 축소됐다는 평가와 특히 보안의 취약성 문제 등 부정적인 평가로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다운이 금지되는 등의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딥시크 충격은 미국 AI 기업의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의 거품 문제와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수출 금지의 효과 문제 등을 공론화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AI 기술 측면에서 딥시크는 오픈 AI와는 달리 일반 사용자들이 딥시크 프로그램의 다운과 수정을 허용하는 개방형 오픈 소스 구조라는 점에서 향후 AI 산업의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러한 AI 산업 차원의 충격과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딥시크 충격을 주목해야 할 다른 측면이 있다. 첫째, 딥시크는 2023년 7월 중국 항저우에서 헤지 펀드 ‘High-Flyer’운영자인 량원핑(梁文鋒)에 의해 설립된 지 불과 20개월 된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둘째, 딥시크 R1의 기술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86명의 연구원은 전원 중국 내에서만 공부한 국내파라는 점이다. 셋째, 정부의 개발자금을 사용하는 경우, 상환 부담에 따른 연구 제약을 차단하기 위해 딥시크는 개발 비용 전액을 자체 자금으로 충당했다. 넷째, 량원핑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가장 큰 도전의 계기'가 됐음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중국 AI 업체들은 성능이 낮은 구형 칩을 보다 적게 사용하는 대신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됐으며, 그 대안으로 소프트웨어의 역할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다섯째, 량원핑은 인터뷰에서 챗 GPT가 발표됐을 때, 중국의 AI 산업계는 미국과 큰 격차의 충격에 좌절했으나, 자신은 혁신의 신념으로 딥시크를 창업했음을 고백한 바 있다.
이상 다섯 가지 측면 중 자금을 제외한 네 가지 측면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극복하기 위한 량원핑과 연구진의 애국적 기술혁신의 열정이 동기이자 핵심 자산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더구나 중국에는 규모도 크고 잘 알려진 소위 '류사오룽(六小龍)'을 비롯한 탄탄한 AI 생태계가 있으며, 2023년 국내총생산(GDP)의 9.9%(중국 국가통계청 발표)에 달하는 디지털 산업이 발전해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딥시크 같은 세계적인 혁신기업이 나오지 않는가. 중국의 IT업계에는 '996 공작제(하루 12시간·주 6일 근무)'가 만연해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의 연구개발(R&D)도 주 52시간 초과를 금지하고 있는 실상에 그 해답이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는 규모의 영세성, 국내시장을 지향하는 사업모델, 정부의 촘촘한 규제 등의 생태계에서는 세계적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이 나올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딥시크의 충격을 계기로 정부부터 스타트업 생태계 문제를 원점에서 재점검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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