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9명은 말기 환자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통증을 덜 느끼고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을 '좋은 죽음'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8명 이상은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웰다잉 논의의 경향 및 과제' 보고서에 담긴 내용으로 지난해 4∼5월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 등을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91.9%는 말기 환자가 됐을 때 연명의료 결정 제도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68.3%), 가족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56.9%) 등이 이유였다.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대해선 82.0%가 찬성했다. 의사 조력 자살로도 불리는 조력 존엄사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의사가 준비한 약물을 스스로 주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여기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무의미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41.2%), 인간은 누구나 자기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27.3%), 죽음의 고통을 줄일 수 있기 때문(19.0%)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연구진은 "문헌조사와 설문조사, 전문가 자문 등에서 공통으로 도출된 키워드는 '통증 조절'과 '자기 결정권 존중'"이라며 통증 사각지대 환자 발굴과 호스피스 인식 개선, 연명의료 중단 이행 범위 확대, 생애주기별 웰다잉 교육 활성화 등을 제언했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를 꼽는 질문에는 통증을 느끼지 않는 죽음을 택한 응답자가 20.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가족이 나의 병수발을 오랫동안 하지 않는 것(18.5%), 가족이 나의 간병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많이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17.5%), 죽음에 대해 미리 심리적인 준비를 하는 것(10.9%) 등이 뒤를 이었다. 좋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는 생애 말기 발생할 수 있는 통증 완화(62.7%)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생애 말기 환자의 치료 비용 지원(56.8%)이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81.1%는 말기 및 임종기 환자가 됐을 때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는 18.9%였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는 말기 시한부 환자에게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지만,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이용 가능 기간은 최대 60일로 정해져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이용 의향이 없는 이유로는 '비용이 크게 들 것 같아서가 49.7%를 차지했다. 이어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43.5%), '남은 생을 포기하는 것 같아서'(28.0%),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가 무엇인지 잘 몰라서'(18.7%),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도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16.6%)가 뒤를 이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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