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풀무원이 연초부터 암초를 만났다. 2018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풀무원은 7년 만에 수장을 바꾼 직후 악재가 잇따르면서 '바른 먹거리'를 앞세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우봉 신임 대표는 취임 첫 해부터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풀무원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3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영업이익도 50% 껑충 뛰어 '1000억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변동성이 커진 올해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편, 조직 재정비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과제를 떠안고 출발하게 됐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풀무원에 대해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풀무원의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이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인 씨디스어소시에이츠를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는데, 이를 엿새 늦게 공시하면서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상장 법인이 공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때 가해지는 제재 조치다. 위반 경중에 따라 제재금이나 벌점이 적용된다. 또 누적 벌점에 따라 매매거래 정리, 관리종목 지정, 상장적격성실질심사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도 한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부과 벌점이나 공시위반 제재금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풀무원은 공시 실무자의 단순 착오로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풀무원은 최근 1년간 부과 누계 벌점은 0점이며, 공시위반 관리종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풀무원은 과거에도 불성실 공시로 인해 제제를 받았다. 풀무원은 춘천공장과 제이두부공장, 제일생면공장, 스프라우트 등 생산 자회사를 무증자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가 1개월여 후 합병을 취소한다고 번복하면서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당시 거래소는 1년내 15점 이상 누계벌점을 받을 경우 관리종목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를 예고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풀무원식품이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344억원 가량의 추징금을 부과받고 열흘 이상 지나 공시해 거래소가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감경에 따른 벌점 미부과로 실제 지정되지는 않았다.
지난 달에는 풀무원이 괴롭힘 신고를 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노동 당국의 결정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2020년부터 충북 청주 소재의 풀무원 사업장에서 근무한 A씨는 지난해 5월 소속 팀장과 실장 등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했는데, 회사 측은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풀무원은 괴롭힘 신고 두 달 뒤 A씨를 해고했다. 직장 내 괴롭힘 허위 신고와 신고 과정에서 다른 직원에게 위증을 종용한 점, 3개월간의 18번 지각과 근무태만, 연구소 내부의 핵심 자료를 본인의 메일로 보내 협박하는 등 회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이 해고 사유였다. 이에 A씨는 불복해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근태 등은 징계 사유는 맞지만 해고는 과도하다고 결론이었다.
다만 풀무원은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돼 해고 조치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블라인드에도 자주 언급될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며 "직장 내 괴롭힘 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내용을 반영해 해고를 결정했는데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41주년을 맞은 풀무원은 유기농 식품으로 출발해 '바른 먹거리'를 표방하며 성장했다. 창업주인 남승우 전 사장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고 2018년 전문경영인(CEO)을 도입한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1기 전문경영인 체제는 풀무원 공채 1기인 이효율 전 대표가 이끌었다. 풀무원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이 전 대표는 외형 확장에 주력해 지난해 '매출 3조원 달성'의 결실을 맺었다.
풀무원은 지난해 12월 이우봉 총괄대표가 승진하면서 2기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입했다.1962년생인 이우봉 총괄대표는 1988년 풀무원 공채 4기로 입사해 36년 만에 CEO까지 오른 '풀무원 맨'이다. 이우봉 CEO는 재무회계, 구매, 영업, 전략기획 등 다양한 부서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총괄대표는 취임 첫 해부터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악재가 터지면서 조직을 재정비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실제 이 대표는 취임 직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부터 나섰다. 풀무원은 지난달 재무뿐만 아니라 홍보, 기업공개(IR),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경영 전반을 담당하는 경영지원실을 신설했다. 2018년 풀무원 CFO(최고재무책임자)로 합류한 김종헌 재무관리실장을 경영기획실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또 매주 임원 회의를 통해 해외 사업 부문을 챙기고 있다. 이 신임 대표는 지난달 2일 취임식에서 "풀무원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지속가능식품기업이자 지속가능식생활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풀무원은 미국, 일본, 중국 등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K-푸드' 인기와 함께 미국법인의 흑자 전환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 법인은 진출한 지 29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인수한 비타소이 두부 사업 부문은 10년째 미국 두부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법인 매출액은 4000억원을 넘었다. 풀무원 전체 해외 매출 가운데 70%에 달한다. 증가하는 두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풀무원은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아이어 두부 공장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월 1400만모를 생산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일본과 중국도 신임 대표의 관심사다. 그는 일본과 중국 법인이 올해 흑자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일본 법인은 2014년 풀무원이 아사히 식품의 두부 사업을 인수하면서 설립됐다. 일본 법인이 판매하는 두부바는 편의점 건강 간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출시 4년 만에 8000만개를 판매했다. 제품 1개당 10g의 단백질 함량이 주는 포만감과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현지에서 건강 간식으로 3050 남성에게 인기다. 두부바는 현재 일본 3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로손의 총 3만여 개 점포에서 일평균 약 7만 개 판매되고 있다.
일본 법인은 두부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일본 사이타마현 북부에 있는 교다 생산공장의 두부바 생산설비를 확충했다. 현재 월 200만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 중이다. 풀무원은 고품질을 강조한 두부 신제품 '장인 두부'를 다음 달 선보인다. 장인 두부는 고온의 두유에 해수를 넣어 응고시키는 '온응고' 방식을 채택해 대두가 지닌 감칠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했으며, 대두의 진한 풍미를 담은 제품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제품은 냉장 파스타로 연간 4000만개 이상 팔린다. 2010년 문을 연 중국 법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9.2% 늘었다. 파스타 매출이 18% 증가하면서 전체 외형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식품기업 중 처음으로 냉동 김밥을 수출해, 중국 유통채널 샘스클럽에서 '한식 참치김밥'을 팔고 있다. 연간 약 62만 봉 수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CEO는 올 상반기부터 국 내외 공장을 직접 둘러보는 등 현장 경영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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