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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썰전] 개발비 600억 '킹덤컴 딜리버런스2' vs 1000억 '마비노기 모바일'
    김국헌 기자
    입력 2025.02.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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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비용 600억원이 투입된 킹덤 컴: 딜리버런스2 티져화면
개발비용 600억원이 투입된 킹덤 컴: 딜리버런스2 티져화면

[중앙이코노미뉴스 김국헌] 체코의 '워호스 스튜디오'라고 하는 이름 모를 게임 개발사가 있다. 600억원 개발비를 들여 '킹덤 컴: 딜리버런스2(이하 킹덤컴2)'를 지난 2월 5일 출시했는데 전세계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대박이 나고 있다. 각종 비평 매체에서 87점(PC), PS5(88점)의 높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유저들의 실제 플레이 후기도 호평 일색이다.

필자는 킹덤컴1을 플레이하지 않았고, 킹덤컴 시리즈에 관심도 없었으나 하도 호평이기에 구매해 약 80시간을 즐겼다. 1막을 끝내고 이제 막 2막이 시작된 상태다. 내가 주인공 '헨리'가 되어 리얼한 중세시대를 만끽하고 있으며 간만에 게임 불감증을 치료하고 있다. 올해 강력한 고티(GOTY) 후보라 평하고 싶다. 출시 한달동안 100만장이 팔리며, 개발비용 600억원을 한달만에 회수했고 300만장 돌파가 유력하다. 

반면 한국에서는 넥슨의 신작이 3월 말 출시된다. 유저들의 추억에 남아있는 마비노기가 모바일로 온다. 개발기간 8년에 개발비용이 무려 1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400억원을 더 쓴 만큼 킹덤컴2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줄까?


레데리2급의 디테일과 현실성, 퀄리티...누가 PC, 콘솔 게임이 돈 안된다고 했나


이 게임은 유저들로 하여금 한번도 경험 못한 리얼한 중세시대를 경험하게 해 준다. 디테일과 리얼함으로 전세계 정점을 찍은 '레드데스리뎀션2'와 버금가는 게임성을 지녔다. 처음엔 뭐 하나 쉬운 게 없고 '뭐 이런 어려운 게임이 다 있지?'란 생각이 절로 든다. 프롤로그가 끝났을 때 거적때기 옷 한 벌과 동전 몇 푼 가진 채 덩그러니 마을에 남겨질 때 막막함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처음 도적질을 하며, 한 밤 중에 잠든 NPC를 털 때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긴장됐다. 모두 털어버리고 집 창고에 훔친 물건들을 집어 넣고 세이브를 하고 나서야 안심이 된다. 이 게임은 세이브를 아무 때나 하지 못해서 더 쫄깃하다. 게임을 저장하고 나가기 신공을 쓰면 되지만 매번 게임을 꺼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세이브 물약이 있지만 초반에는 몹시 귀하다. 

킹덤컴2의 디테일한 물약 제조화면.
킹덤컴2의 디테일한 물약 제조화면.

물약을 만들 때도 타 게임들처럼 재료넣고 버튼 한번 누르면 완성되는 수준이 아니다. 일일이 책에 따라서 정확한 재료를 넣고 빻으며, 모래시계까지 정확히 계산해 줘야 물약이 완성된다. 무기를 만들 때는 실제 대장장이가 되어야 한다. 무쇠를 용광로에 넣고, 꺼내서 망치로 수십번을 내려 찍어야 무기가 완성된다. 칼을 갈 때 역시 유저가 직접 조작해서 갈아야 한다. 혹자가 볼 때는 "너무 불편한 시스템 아니냐" 지적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이 모든 과정이 즐겁다. 

그 이유를 들자면 성장시스템에 있다. 힘, 민첩성, 활력 등의 캐릭터 기초 스탯이 존재하고, 연금술, 대장장이, 절도, 화술, 개조련, 학문, 승마술 등 다양한 2차 스탯이 존재하는데 레벨업할 때마다 게임을 쾌적하게 만드는 퍽들을 찍을 수 있다. 소울라이크 게임들이 처음엔 너무 어렵지만 나중 레벨업을 하게 되면 쉬워지는 것처럼, 이 게임도 그렇다. 초반에 어렵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전투 역시 레벨업, 장비, 퍽, 달인의 일격같은 기술 등을 통해 훨씬 수월해진다. 처음엔 1인칭 전투가 어색하지만 적응되면 이보다 꿀잼이 없다. 무게를 한도초과해 걸어다니기만 해도 힘 레벨이 오르고, NPC와 대화만 해도 화술 레벨이 오르며, 도적질을 해도 절도 레벨이 오른다. 게임 속에서 하는 모든 행위가 성장이다보니 뭔 짓을 해도 즐겁다. 

게임 볼륨은 또 어떤가. 필자는 80시간가까이 즐기고도 1막을 막 깬 상태다. 2막 맵은 2배로 커진다던데 말도 안되는 볼륨을 가졌다. 메인 퀘스트만 빠르게 민다면 1막에서만 80시간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재미가 없다면 그럴 수도 없다.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도적질과 물약 제조, 공 들인 서브퀘스트를 깨는데 시간이 순삭됐다. 

킹덤컴2 전투화면.
킹덤컴2 전투화면.

이 게임에는 6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됐다고 한다. 제작자는 킹덤컴2로 얼마나 벌었을까. 킹덤컴2는 출시 첫날부터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했고, 출시한지 2주가 지난 시점에는 200만장 판매고를 돌파했다. 

덕분에 출시 첫날부터 손익분기를 넘기는 쾌거를 이뤘다. 출시 하루만에 600억원의 개발비를 모두 회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킹덤컴2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워호스 스튜디오의 공동 창립자인 다니엘 바브라는 체코 현지 언론에 "킹덤컴2는 출시 첫날에 이미 수익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2월 24일 현재 킹덤컴2의 판매량은 300만장을 판매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도 호평이 쏟아져 나오니 꾸준히 팔릴 가능성이 커서 500만장 이상은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진다. 

100만장에 600억원을 회수했다면 현재 300만장 정도가 팔렸다고 가정하면 1200억원을 추가로 벌어들였다는 셈이 된다. 개발비의 이미 2배를 벌었고 앞으로 판매량에 따라 더 번다. 누가 PC, 콘솔 게임이 돈이 안된다고 했던가?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개발기간 8년에 투자비 1000억원?...티나는 '저퀄리티'


8년의 개발기간과 1000억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된 마비노기 모바일 게임티져.
8년의 개발기간과 1000억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된 마비노기 모바일 게임티져.

현재 한국에서는 킹덤컴2에 들어간 600억원보다 400억원이나 더 쓴 1000억원 개발비가 들어간 게임이 3월 출시된다고 해서 화제다. 1000억원이라는 투자비용도 놀랍지만 비용 대비 너무 낮아보이는 퀄리티로도 화제가 되는 게임이 바로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이다. 

이 게임의 제작사는 한국 게임사를 대표한다는 '넥슨'이다. 한국 게임사들 중 가장 잘나가는 기업으로 실적 측면에서 3N의 나머지 두 축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을 까마득하게 앞서가고 있다. 현재 폼만 봤을 때 크래프톤과 더불어 '투톱'으로 불린다. 2024년 국내 게임사 최초 연 매출 4조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겼다. 

이런 넥슨이 3월 말 신작을 출시한다. 넥슨은 지난 6일 온라인 쇼케이스를 열고 MMORPG 신작 마비노기 모바일 정식 출시일을 3월 27일로 확정, 사전 등록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넥슨의 계열사 '데브캣 스튜디오'가 2000년대 한국 MMPRPG 추억의 명작이었던 마비노기를 모바일로 재해석해 '마비노기 모바일'을 낸다고 하니 많은 기대를 받았다. 개발기간 8년에 개발비용 1000억원이 투자된다고 하니 정말 대작이 나올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물론 이 기대감은 현재 현저히 낮아진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데브캣의 차입금을 분석해 보면 이 기업은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넥슨코리아로부터 1040억 원을 대여했다. 대여금의 상당 부분은 마비노기 모바일 개발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기에 1000억원 개발비용 얘기가 나온다. 

문제는 마비노기 모바일이 1000억원이 들어간 게임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퀄리티를 갖고 있단 점이다. 이미 많은 게임플레이 영상이 풀린 상태. 영상을 본 많은 유저들은 "도대체 1000억원을 어디에 썼냐"라는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아무리 모바일 게임이고, 마비노기 원작 감성을 살린 그래픽이라고 해도 1000억원이 투입된 그래픽으로 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유저들 사이에서 "수수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해도 이런식의 정성도 없는 폴리곤 덩어리는 안 되는 거야"란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마비노기 모바일 게임화면. 마비노기 모바일은 이런 감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마비노기 모바일 게임화면. 마비노기 모바일은 이런 감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론칭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김동건 데브캣 대표가 "마비노기 특유의 낭만과 감성을 계승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모험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함께라서 더 뜨거운 세상, 낭만이 가득한 세상"이란 게임 부제처럼 특히 강조한 것이 낭만이다. 우연히 만난 친구와 함께 모험하거나 낚시를 즐기고, 모닥불 앞에서 음식을 나눠먹는 감성을 구현한단 것이다. 

이런 감성은 1990~2000년대 PC MMORPG에서나 볼 수 있던 것들이다. 모바일 게임을 하는데 옹기종기 모닥불에 모여 채팅을 하는 감성을 스마트폰으로 가능하다는 얘기인지. 더욱이 MMORPG 장르는 사람들의 기피 장르가 되어 과거 감성은 추억 속에 사라진지 오래다. 이를 다시 모바일로 살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마비노기 모바일과 비슷한 수준의 개발비용을 들어간 게임들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개발기간 3년반~4년이 걸렸고, 출시당시 원화로 1100억의 개발비가 들어간 게임이 '몬스터헌터 월드'였다. 이 게임은 세계적인 대히트를 치고 몬헌의 전성기를 다시 불러왔다. 스마일 게이트의 '로스트아크'도 개발비 1000억원이 들었다. 개발기간은 7년이다. 로스트아크는 2018년에 출시됐음에도 아직도 인기가 많은 게임이다. 중국 호요버스의 원신은 개발기간 3년 반에 개발비용 1300억원이 들었고, 최근 수년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게임이다.


한국 게임사들 각성해야...1000억원 개발비를 납득할 수 있어야 고객이 사간다


킹덤컴2 게임 시작화면에 적힌 개발자 멘트. 
킹덤컴2 게임 시작화면에 적힌 개발자 멘트. 

개발기간 8년에 1000억원이 들었다는 마비노기 모바일은 지금 상황으로 봐선, 성공 가능성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수많은 모바일 MMORPG가 실패했다. 질려버린 장르에 퀄리티는 떨어지는데, 감성을 덧입히고 추억팔이를 하니 잘 될 수가 있겠는가. 마비노기 모바일이 잘 나가던 넥슨에 유저들이 실망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된다. 

굳이 개발비 600억의 킹덤컴2와 개발비 1000억원의 마비노기 모바일을 비교한 것은 한국 게임사들의 각성을 요구하고 싶어서다. 1000억원의 개발비를 납득할 수 있는 게임이 나와야 고객들이 사 가는 것이다. 체코의 무명 게임사가 600억원을 투자해 킹덤컴2라는 명작을 만들고 고티까지 노리는데, 한국 넘버원 게임사가 1000억원을 투자하고도 저퀄리티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한다는 게 너무도 안타깝다. 

킹덤컴2에서는 게임 시작 화면에 개발자들의 멘트가 적혀 있다. "감사합니다. 플레이어 여러분,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즐겁게 제작한 게임인 만큼 여러분도 재미있게 즐겨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써져 있다. 이 멘트가 감동인 것은 게임 개발자가 즐겁게 제작했다는 사실을 유저들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비노기 모바일 개발자들은 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즐거웠을까? 혹시 넥슨이 마비노기 모바일이 막대한 제작비용에 걸맞는 흥행을 거둘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판단 착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주고 싶다. "투자비에 걸맞는 게임을 내라". 이 글에서 하고 싶은 한줄 요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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