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0
5
0
IT
트럼프, 멕시코·캐나다 관세 현실화…국내 기업 비상
    입력 2025.03.04 09:10
    0

[ 아시아경제 ]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그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활용하며 미국 시장에 무관세 수출 혜택을 누려왔던 현대차·기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수출 전략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멕시코에 주력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에서 연간 약 26만8000대(2024년 기준)를 생산하며, 이 중 65%가량을 미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 공장은 미국에 수출되는 K3, K4 등 소형차의 핵심 생산기지로, 미국 시장 점유율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관세 부과로 멕시코 생산 차량의 미국 판매가격이 상승하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아는 현재 우회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연산 40만대 규모의 공장이지만 가동률은 크게 낮아진 상황으로, 미국으로 수출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판매처를 다각화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아는 앞서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멕시코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는 건 2025년 기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K4 약 12만 대 정도"라며 "단기적으로는 상승한 관세만큼 추가 부담이 생기겠지만, 가격 인상이나 생산비 조정 등으로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지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관세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에서 직수출하는 대신 멕시코 생산물량을 우회 수출할 계획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판매 차량 중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0.4%에 불과해 관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작년 말 가동한 미국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면서 트럼프 관세에 대응할 계획이다.

전자업계의 충격도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 공장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연간 약 1000만 대 규모로 생산하고 있으며, LG전자 역시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등지에서 TV와 냉장고, 오븐 등 가전제품을 연간 약 600만 대 이상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미국 수출의 주요 거점으로 멕시코를 활용해왔기 때문에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관계자는 "멕시코 캐나다 관세가 현실화하면서 해당국에 생산 시설을 두거나 원자재 등을 조달하는 국내 기업들의 대미 수출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단 관세 명령에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당장 생산 시설을 미국을 옮기는 의사 결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며 수출 우회 전략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경제 위축과 미국의 보호무역 확대가 맞물려 한국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이어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주의적 접근을 취하는 만큼 멕시코와 캐나다가 일정 부분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스처를 취하면 관세 조치가 일시적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산업이 가장 우선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은 우선 생산량 조절이나 재고 관리 등 단기적인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도 당장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거나 공장을 옮기는 의사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이 통상정책 변화에 대비해 사전에 수립한 전략에 따라 제품별 최적 생산지를 운영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 조성대 통상연구실장 역시 신중론을 폈다. 그는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고민했던 부분들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시점이 앞당겨진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이번 관세 조치의 주된 목적이 불법 마약 문제 해결에 있기 때문에 사태가 진정되면 미국 정부가 다시 관세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진입 비용이 커지고 정책 리스크도 커졌기 때문에 당장 미국 내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등 큰 의사 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도 “멕시코와 캐나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이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이 두 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일부 제품군의 경우 반사이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전반적인 미국의 보호무역 분위기는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미국 내 경제성장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어 이 정책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가 단순히 두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향후 한국 등 다른 교역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시작으로 동맹국들에까지 관세 장벽을 높이기 시작했다”며 “한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업
    #캐나다
    #국내
    #미국
    #현실
    #생산
    #수출
    #관세
    #멕시코
    #트럼프
포인트 뉴스 모아보기
트렌드 뉴스 모아보기
이 기사, 어떠셨나요?
  • 기뻐요
  • 기뻐요
  • 0
  • 응원해요
  • 응원해요
  • 0
  • 실망이에요
  • 실망이에요
  • 0
  • 슬퍼요
  • 슬퍼요
  • 0
댓글
정보작성하신 댓글이 타인의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등에 해당할 경우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IT 주요뉴스
  • 1
  • SK쉴더스, 온실가스 배출량 제3자 검증 완료
    아시아경제
    0
  • SK쉴더스, 온실가스 배출량 제3자 검증 완료
  • 2
  • 카카오·네이버 창업자 엇갈린 행보...김범수 더그아웃 vs 이해진 구원투수
    EBN뉴스센터
    0
  • 카카오·네이버 창업자 엇갈린 행보...김범수 더그아웃 vs 이해진 구원투수
  • 3
  • "화재대피용 생명구조마스크 롯데마트서 판매 개시"
    아시아경제
    0
  • "화재대피용 생명구조마스크 롯데마트서 판매 개시"
  • 4
  • [인사]우정사업본부
    아시아경제
    0
  • [인사]우정사업본부
  • 5
  • "부도 막으려 홈플러스 회생신청"…대주주 책임론은 회피(종합)
    아시아경제
    0
  • "부도 막으려 홈플러스 회생신청"…대주주 책임론은 회피(종합)
  • 6
  • 더본코리아, 결국 형사 입건…'원산지 거짓 표시' 혐의
    아시아경제
    0
  • 더본코리아, 결국 형사 입건…'원산지 거짓 표시' 혐의
  • 7
  • 올해 프로야구 4대 행사, 롯데호텔서 열린다
    아시아경제
    0
  • 올해 프로야구 4대 행사, 롯데호텔서 열린다
  • 8
  • 스위트스팟, 식음료 할인·증정 서비스 ‘팝가 성수패스’ 출시
    아시아경제
    0
  • 스위트스팟, 식음료 할인·증정 서비스 ‘팝가 성수패스’ 출시
  • 9
  • 천장 뚫은 물가… 서울 김치찌개 평균 8500원
    아시아경제
    0
  • 천장 뚫은 물가… 서울 김치찌개 평균 8500원
  • 10
  • 고려아연 28일 정기주총… 이사회 과반 확보 두고 표대결
    아시아경제
    0
  • 고려아연 28일 정기주총… 이사회 과반 확보 두고 표대결
트렌드 뉴스
    최신뉴스
    인기뉴스
닫기
  • 뉴스
  • 투표
  • 게임
  •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