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경제성장'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 시장은 4일 "앞으로 정부는 스타트업부터 유니콘, 대기업까지 이르는 고비마다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장애물을 치워주는 '서비스 정부'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기업성장 부총리' 신설도 제안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중심 성장지향형 규제개혁' 포럼에서 'KOGA(Korea Growth Again)'를 주제로 이같이 연설했다. 이날 포럼에는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인공지능협회 등 신산업 분야 관련 26개 협회·단체 및 기업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장기 성장률 0%대인 '제로 성장' 시대로 향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전략을 내놨다. 새해 첫날부터 강조했던 규제개혁 등을 통해 정체됐던 대한민국 경제를 '스케일업(Scale-up)' 경제로 이끈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기업이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하고, 기업이 혁신적으로 성장할 때 발목 잡는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느냐"며 "산업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고, 그 기업이 뛸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점에서 '서비스 정부'라는 용어를 써봤다"고 했다.
규제철폐를 통한 성장 목표로 '국민소득 10만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경상성장률 5%를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 정책, 재정 투자, 금융 활성화, 세금 개혁, 노동 개혁, 규제 개혁을 해야 한다"며 "경상성장률 5%, 실질성장률 3%를 달성하게 되면, 해방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는 우리도 국민소득 10만달러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세부적으로 오 시장은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그는 "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 전략자산화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도 미국 수준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입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조금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비롯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ISA 제도를 고쳐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제 개편 방안도 제안했다. 오 시장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면서 "아이를 많이 가지면 소득세를 조금 낼 수 있는 등 실효세율의 격차를 우리나라는 별로 두고 있지 않다"며 "이런 점에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속·증여세에 대해서는 "사전증여를 장려해 초등학생 때부터 교육비, 창업 및 결혼 비용 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과감하게 자산을 상속·증여할 수 있게 해 자산의 세대 간 이전으로 소비 투자 여력을 확대하고 생산적으로 경제활동을 촉진할 수 있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올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규제개혁'에 대해서는 중앙 부처 수준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개혁은 일회성으로 정권 초에만 할 것이 아니라 상설 기구화, 시스템화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하나의 부처 수준으로 규제개혁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성장 부총리' 신설도 제안했다. 오 시장은 포럼 후 기자들과 만나 "기업 성장 부총리와 관련 모든 부서에서 기업이 겪게 될 애로사항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준다면 보다 적극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초점을 산업 영역에서 기업 하나하나로 옮겨보자는 것"이라며 "수많은 새로 탄생하는 기업들이 고비마다 겪는 어려운 문제들을 어느 한 정부 기관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제거해줄 수 있는 기업 중심의 정책 결정,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오 시장은 경제 성장 관련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차별 폐지', 어린이 펀드' 등 정책을 제안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관련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미국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생기면 지분 30%를 국민 모두가 나누자'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기업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할 투자 의지를 꺾는 자해적 아이디어"라고 지적했다.
이달 발간 예정인 저서에도 관련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조연설 주제인 '다시 성장'은 오 시장이 이달 말 출간 예정인 저서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저서 제목은 '다시 성장이다'로, 부제는 '오세훈의 5대 동행, 미래가 되다'이다. 오 시장은 저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혁신 동력을 찾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이날 저서에 대해 "(책에서 언급하는) 하나하나가 어찌 보면 경제, 복지, 통상 등 구획된 개념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하나를 꿰는 일관된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나라의 번영"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다시 성장이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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