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국내 연구진이 화학산업에 꼭 필요하지만, 전량 수입해야 하는 산업 원재료를 국산화하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상구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연구팀은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원료의 수소(H) 원자를 불소(F)로 바꾸는 기존의 '전기화학 불소화법'에 특수한 불소계 전도성 첨가제를 도입해 전환율을 대폭 향상하는 기술을 개발, 중요 산업 원재료이면서 불소계 유체인 '수소불화에테르(HFE)'를 우리 기술로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5일 밝혔다.
불소계 유체는 전자제품, 반도체, 정밀 기기 등의 냉각제와 세정제로 활용되는 필수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원래 있던 수소가 모두 불소로 대체된 '전 불소계 유체'는 지구온난화 지수가 높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친환경 유체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HFE'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HFE는 지구온난화 영향이 적고, 표면장력이 낮아 쉽게 퍼지며, 전기를 잘 차단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친환경 소재로, 액침 냉각용 냉매, 전자 부품 세정제, 용매 희석제 등 반도체, 전자기기, 화학산업에서 중요한 원재료로 사용된다.
현재 글로벌 HFE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2억8910만 달러이며, 연평균 5.4% 성장 시 2028년에는 3억964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90% 이상을 3M, AGC 등의 기업이 독점, 국내 기업은 전량 수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탄화수소 원료의 수소를 불소로 대체하는 불소화 반응을 통해 '중간체'로 변환한 후, 알킬화 반응을 거쳐 HFE를 생산한다. 여기서 중간체 합성 과정이 핵심인데, 연구팀은 기존 기술에 없던 전도성 불소계 첨가제를 추가해 보다 효율적인 중간체 제조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전기화학 반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다층 구조의 니켈 전극판이 장착된 반응기를 직접 설계·제작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불소화 반응 환경을 구축해 시운전과 정밀 점검을 거쳐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전기화학 불소화 장치를 완성했다.
기존 기술에서는 원료가 중간체로 변하는 전환율이 50~55% 수준이지만, 새로 개발된 기술은 불소화 반응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져 전환율이 62~66%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 불필요한 부산물이 줄어들어 HFE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으며, 불소화 반응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고순도 불소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새 기술은 냉매, 소화약제 전문 제조기업인 '퓨어만(주)'에 기술이전 돼 본격적인 양산 준비와 함께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상구 화학연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글로벌 기업에 의존도가 높은 불소 화학 핵심 소재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기술자립을 앞당기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면서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적용 가능한 첨단소재 기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