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매출액 1000대 기업 10곳 중 3곳이 지난해보다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12~18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공·금융기업 제외, 10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9.29%포인트) 전년 대비 올해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이 31.0%로 집계됐다. 이는 자금사정이 호전됐다는 응답(11.0%)의 3배에 달했다.
업종별로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건설·토목(50.0%) ▲금속(45.5%) ▲석유화학·제품(33.3%) 순이었다. 한경협은 이들 업종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영향으로 장기 부진을 겪고 있어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봤다.
기업들은 자금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환율과 물가 부담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환율 상승(24.3%)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23.0%) ▲높은 차입 금리(17.7%) 순이었다.
자금사정은 어렵지만 올해 기업들의 자금수요는 연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36.0%로 감소 전망(11.0%)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기업의 과반은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서 지출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자금수요가 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부문은 원자재·부품 매입(39.7%)이 가장 많았다. 그외 ▲설비투자(21.3%) ▲차입금 상환(14.3%) ▲인건비·관리비(14.0%) 순이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여전히 기업 5곳 중 1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가 현재 기준금리(2.75%)보다 낮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기준금리 2.5%(14.0%) ▲2.25%(4.0%) ▲2.0(2.0%) 등이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기업 10곳 중 6곳(58.0%)은 연말 기준금리가 현 수준(2.75%)에서 머물거나(36.0%), 오히려 1차례 이상 인상(22.0%)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 최고점이 1500원에 근접(평균 1495.8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1475~1500원 구간을 예상하는 응답(28%)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1500~1525원(24%) ▲1450~1475원(23.0%) 순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해 정책당국에 바라는 과제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 노력(34.3%)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25.7%) ▲정책금융 지원 확대(15.3%) ▲원자재·소재·부품 수급 안정화(12.3%) 등을 지적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 철강,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을 축소해 기업들의 외환 리스크를 완화하고 정책금융·임시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의 금융·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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