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경기도 화성의 주거밀집지역 상권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지난달 가게 폐업 신고를 했다. 개점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빚은 늘었는데, 최근 들어 손님도 줄면서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임차료와 재료비, 인건비, 대출까지 소화하기에는 매출이 턱없이 부족해 월급을 제대로 가져간 적이 없었다. 김씨는 "폐업해도 먹고 살길이 막막하니 나아지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빚만 더 쌓였다"면서 "차라리 배달 라이더를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정리했다"고 하소연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김씨의 매장을 비롯해 지난달 전국의 제과점 182곳이 문을 닫았다.
5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공개한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제과점 3591곳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5년간 최대치다. 제과점은 2020년 이후 해마다 2000곳 이상이 폐업했다. 2020년 2101곳, 2021년 2162곳, 2022년엔 2721곳이 문을 닫았다. 2023년에는 3120곳이 폐업했다.
폐업률도 4년 연속 상승했다. 2020년 11.1%였던 제과점 폐업률은 2022년 13.8%, 2023년 15.9%, 지난해 18.5%까지 치솟았다. 폐업률은 전체 제과점 수에 1년간 폐업한 음식점을 비교한 수치로 지난해 제과점 6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17개 시도·228개 시군구)의 인허가 자료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 영업 중인 업소와 폐업한 업소 명단이 들어있다.
제과 프랜차이즈도 불황의 그늘을 비껴가지 못했다. SPC의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가맹점 130곳이 폐업했다. 전년보다 32% 늘었다. 올해도 10곳이 넘는 가맹점주가 손을 들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3년 연속 70곳이 넘는 가맹점이 문을 닫았다.
제과점은 2023년 전까지 개업이 폐업보다 많아 전체 영업점수는 조금씩 늘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역전돼 폐업이 개업을 추월했다. 전체 제과점 수는 2023년 143곳, 2024년 138곳 순감했다.
제과점은 카페와 치킨 등과 함께 진입 문턱이 비교적 낮은 업종이다. 제과 업계는 최근 제과점 폐업이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원·부자재 비용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경기 부진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제과점 영업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원자재다. 한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자영업자에게 가장 큰 경영비용은 원자재·재료비(22.2%), 인건비(21.2%), 임차료(18.7%), 대출 상환 원리금(14.2%) 순이다. 통상 제빵 마진율은 15% 수준인데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마진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2.3% 상승했는데, 농산물(곡물·채소·과일 등) 물가는 5.9% 뛰었다. 제빵의 필수 재료인 밀가루와 계란, 우유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는 의미다.
인건비도 부담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이다. 전년보다 170원(1.7%) 오른 금액이다.
무엇보다 장기 불황이 자영업자를 한계상황으로 내몬 것으로 보인다. 소득은 제자리인 반면 물가는 오르고 가계부채로 이자 부담이 높아지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로, 외환 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1998년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0%대 성장을 했다. 지난해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2% 줄었다. 지난해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의 폐업도 10만7526곳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의 폐업률도 각각 10.4%, 17.3%다.
고금리의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담도 커진 것도 폐업률을 끌어올렸다. 자영업자들의 평균 대출금액은 지난해 기준 1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월 이자 부담액은 84만3000원으로 파악됐다. 자영업자들이 연평균 8.4%의 금리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 위기는 올해 최고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는 "재정 지원과 함께 자영업자의 경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융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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