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동차 등 우리 주력산업에도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기존의 주력산업이 무너지면 중소기업,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까지 타격을 입을 거란 진단이 나왔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6일 오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위기의 한국 주력산업 돌파구는 없는가'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주력산업이 무너지면 중소기업은 물론, 지역경제까지 줄줄이 무너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산업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총체적으로 다운턴(Downtown·부진 또는 불황)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이 산업별로 제시한 위기 요인은 이렇다. 반도체 산업은 ▲공급망 불안정 및 수급 불균형 ▲대규모 투자 및 연구개발(R&D) 부담 ▲인력·기술 인프라 한계 등이 문제로 지목됐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수요 부진 ▲미국의 관세 인상 ▲전기차 전환 둔화 등을 꼽았다.
그는 "반도체는 첨단기술 경쟁력 강화, 자동차는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긴밀한 대응으로 수요 진작을 꾀하는 게 핵심 과제"라며 "기업이 기술혁신과 비용 효율화 등을 위해 노력할 때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수형 맥킨지&컴퍼니 파트너는 우리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 '성장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여러 방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주력산업 재도약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 성공한다며 제3의 성장곡선(S-curve)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엄 파트너는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며 "지속가능한 재무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운영 혁신을 이루는 게 필수"라고 했다. 이를 위해 최대 잠재력를 평가하고 그에 맞게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력산업군을 대표하는 업계 전문가의 토론도 이어졌다. 이성호 서울시립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 전재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산업지원본부장,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산업지원본부장, 최홍준 한국화학산업협회 대외협력본부장, 조재한 한국산업연구원 산업정책기획실장,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 등이 참여했다.
전재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산업지원본부장은 차세대 기술 개발과 그에 요구되는 인재 육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전 본부장은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라는 위상을 유지하려면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에 이어 전·후방 산업 간 연계 협력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차세대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했다. 김 전무는 "전기차 수요를 안정화하려면 향후 3년 정도는 보조금 확대와 고속도로 전용차선 허용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부여돼야 한다"며 "국내 생산 감소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촉진세제' 등 특단의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규제환경을 개선하고 기업들이 제조업 생태계를 유지·발전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조재한 한국산업연구원 산업정책기획실장은 "주요국은 첨단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첨단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위해 포괄적이고도 과감한 지원, 국내 규제환경 개선 등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은 "제조업을 지탱하는 제도적 경쟁력은 세제·노동시장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오랜 시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해외 경쟁국보다 열위에 놓인 상황에서 기업들이 대규모 제조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김 의원은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망한 게 아니라는 표현처럼 지금 한국 산업에는 '멀티(Multi) 대책'이 필요하다"며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미래산업에는 막대한 전력이 요구되는 만큼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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