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판이 흔들릴 때 기회가 생기는 법입니다."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이 유럽지역 무역관장들을 불러모아 한 말이다.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는 현 시점이야말로 유럽시장에 진출할 적기라는 판단이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지난 6일 체코 프라하에서 주재한 '2025 유럽지역 무역투자확대전략회의'에서 유럽지역본부 및 24개 무역관장들과 수출·투자 협력 현안을 점검했다. 강 사장은 "유럽이 직면한 복합 위기 속에서 생겨나는 현장 변화를 우리 기업들의 진출 기회로 기민하게 연결해야 한다"며 유럽시장에서의 활로 모색을 강조했다.
유럽의 경제 규모는 세계 2위로, 자동차·기계·제약·항공 등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리딩기업을 다수 보유한 선진 시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유럽의 경기 둔화에도 역대 최고 수출액(771억달러)을 경신하며 유럽의 주요 교역 파트너로 입지를 다졌다.
유럽은 2050년 기후목표 달성을 위한 전방위적 탈탄소 전환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과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트라는 유럽이 직면한 공급망·에너지 이슈를 우리 기업들의 진출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코트라는 미래차 전환을 서두르는 글로벌 자동차 선도기업과 항공·반도체 분야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혁신기술 개발과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수요를 빠르게 포착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기존에 유럽에 진출한 우리 제조기업들을 대상으로 '역내 생산역량 확보'라는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신규 납품처 발굴을 지원할 계획이다.
에너지 공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원전·신재생에너지 시장이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요인이다. 코트라는 유럽의 에너지 전환 동향 조사, 협력 수요 발굴, 수주 지원 등 전주기 지원체계를 가동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유럽이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이 임박한 체코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의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겪으면서 유럽 내 한류 확산도 새로운 흐름으로 떠올랐다. 소비재·방산 등 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결과다. 소비재는 체험·문화 마케팅, 방산 분야는 수주 모멘텀을 살린 후속시장 공략, 헬스케어는 민간·공공 수요처 특성에 기반한 권역별 차별화 대응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 밖에도 유럽은 경제안보와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한 통상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는 브뤼셀무역관 경제통상데스크를 중심으로 관련 이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정파 전파 체계를 통해 우리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는 지금이야말로 보수적인 유럽시장에 진출할 적기"라며 "공급망 재편, 에너지·지정학 리스크 대응 등 복합 이슈를 극복하기 위한 협력 수요를 적극 활용해 우리 기업의 수출 성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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