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연필꽂이, 주방 서랍장, 공구 상자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제품은 무엇일까. 바로 ‘가위’다. 어린아이도 쉽게 사용하는 가위는 어디에서나 쓰인다. 종이와 음식, 옷감이나 가죽을 자르기도 하고 플라스틱 판이나 얇은 철판도 자른다.
대중화를 이끈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가위는 1967년 핀란드에서 최초로 발명됐다. 1649년 설립된 피스카스는 쇠 손잡이 대신 오렌지색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가위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다.
피스카스 역사는 헬싱키 서쪽에서 100㎞ 떨어진 ‘피스카스 브럭’이란 작은 마을에서 시작했다. 당시 핀란드는 주변 국가들과 잦은 전쟁으로 무기를 만들기 위한 제철소가 많이 설립돼 있었다. 피스카스는 마을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제철 사업을 확장했고, 1832년 첫 번째 주방용 칼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생산 범위를 포크와 가위로 확장시켰다. 1883년 유한회사로 거듭난 피스카스는 1915년 헬싱키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압연 공장, 핀란드 최초 금속 스프링 공장을 설립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피스카스의 운명은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가위를 만들면서 확연히 달라졌다. 기존의 무겁고 불편한 쇠 손잡이 가위의 불편함을 극복한 플라스틱 가위는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1977년 피스카스는 미국에 가위 공장을 설립하고 활발한 해외 무역을 벌였다.
피스카스는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던 가위의 성공 비결을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사람을 위한 배려다. 피스카스 가위는 관절의 움직임을 고려한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가위를 쥐면 손에 착 달라붙는 것처럼 착용감이 좋다. 두 번째는 색상이다. 쇠 손잡이 형태로 색깔이 없던 기존 가위 손잡이가 오렌지색으로 탈바꿈했다. 오렌지색 공구는 주방, 수납장 등 어느 공간에 두어도 눈에 잘 띄었다.
피스카스 가위는 크게 절삭, 성능, 강도, 내구성, 회전 실험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절삭은 허공에 대고 가위를 사용해 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정상적으로 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 다음 두꺼운 천을 자르는 실험을 한다. 강도 실험은 1m, 1.5m, 2m의 높이에서 각각 떨어뜨려 제품의 파손 여부와 안전성을 확인한다. 주방이나 거실 테이블에서 가위를 떨어지는 상황을 대비해 여러 차례 회전시키면서 떨어뜨리는 실험도 거친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품 브랜드도 재단을 할 때는 피스카스 가위를 사용한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가죽 시트를 자를 때, 명품 백 브랜드 샤넬도 이 가위를 쓴다고 알려져 있다.
피스카스는 30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지킬 수 있었던 성장의 동력으로 혁신을 말한다. 오렌지색 플라스틱 가위를 탄생시킨 피스카스는 고유한 디자인과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오고 있다. 피스카스는 왼손잡이를 위한 가위 등 90여종이 넘는 다양한 가위를 판매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기업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에 주력해오고 있다. 이딸라, 로얄코펜하겐, 웨지우드, 로얄 알버트 등 유명 브랜드를 인수해 주방용품과 거실용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각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전통과 핵심을 지키면서 함께 발전하는 것이 주요 혁신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유튜버 ‘침착맨’이 생활용품을 비교해보는 방송에서 일반 가위와 피스카스 가위를 사용해 화제가 됐다. 침착맨은 피스카스 가위로 12겹 겹친 청바지를 단번에 자르며 가위 품질의 우수성을 알렸다.
피스카스 순이익은 2023년 기준 한화 1조원을 넘었다. 주가는 5일 기준 15.40유로(2만4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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